하늘 담은 스테인리스…안도 다다오가 빚은 '은빛 제주'
제주 본태박물관, 13년 만에 신관 '본스타' 공개
트레이드마크 '노출 콘크리트' 활용
주재료 스테인리스 패널 덧씌워 설계
하늘·바람·물 등 제주 자연 스며들어
전통 기와·현무암 돌담과 조화 이뤄
야요이 '호박'·'무한 거울 방' 전시
박선기 작가 신작도 함께 자리 잡아
트레이드마크 '노출 콘크리트' 활용
주재료 스테인리스 패널 덧씌워 설계
하늘·바람·물 등 제주 자연 스며들어
전통 기와·현무암 돌담과 조화 이뤄
야요이 '호박'·'무한 거울 방' 전시
박선기 작가 신작도 함께 자리 잡아
하늘과 바람, 물, 빛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그에게 제주도는 최상의 팔레트였다. 본태박물관 설립자인 이행자 대표의 의뢰로 박물관의 제1·2전시관을 설계한 그는 제주 산방산과 남쪽 해안을 중심으로 박물관을 그려 나갔다.
자연과 예술이 공명하는 곳
이번에 공개한 신관 본스타는 콘크리트 대신 조립식 스테인리스 패널을 주재료로 설계했다. 그는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기존 박물관 건물 위에 스테인리스를 덧씌워 제주의 자연이 건물 외벽에 고스란히 스며들게 했다. 건물을 둘러싼 담장은 현무암 돌담으로 쌓아 제주 지역의 특징과 전통을 담아냈다. 콘크리트와 스테인리스, 대비되는 성질의 두 소재가 한 지점에서 만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번 신관은 건축적 아름다움을 뽐낼 뿐 아니라 관람객 편의도 향상했다. 점과 반복의 이미지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일본의 아티스트 구사마 야요이의 대표작 ‘호박’과 ‘무한 거울 방-영혼의 광채’가 본스타 지하 1층으로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기존 제3전시관에 있던 이 작품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감상 후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려 BTS 팬을 비롯한 많은 방문객에게 본태박물관 필수 관람 작품으로 꼽힌다. 다소 협소하던 제3전시관에서 본스타로 옮겨와 한층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게 됐다.
영원한 청춘, 안도 다다오의 여정 좇는 전시
본스타 개관을 기념해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안도의 주요 프로젝트를 조명하는 전시 ‘Tadao Ando: Sea-Jeju Island and Naoshima’를 선보인다. 초기 실험적 작품부터 대표작, 본태박물관 신관 본스타에 이르기까지 그의 건축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일본 오사카에 선보인 초기작 도미시마 주택(어반 게릴라 하우스Ⅲ)과 스미요시 주택, 1995년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명상의 공간, 2010년 조성한 독일 라인란트팔츠의 석조 박물관, 2023년 강원도에 들어선 뮤지엄 산의 빛의 공간 등 세계 각지에 흩어진 그의 프로젝트들이 오리지널 드로잉과 설계·시공 과정 자료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다. 제주대 건축학과와 오사카대 학생들이 제작한 모형을 함께 전시해 안도의 건축을 학습하고 해석해온 젊은 세대의 시선도 만날 수 있다.
안도에게 바다는 단순한 경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렇기에 전시에서는 바다와 섬을 주제로 제주와 일본 세토 내해의 작은 섬 나오시마에 펼쳐낸 그의 건축 철학도 소개한다. 관람객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제주와 나오시마의 건축 모형을 비교하며, 두 섬이 공유하는 풍경과 공명에 주목하게 된다. 안도는 나오시마의 지형과 특징을 살려 자연의 일부로 기능하는 미술관과 호텔을 설계했다. 1990년대 초 구리 제련과 금속 산업에 집중하던 작은 어촌 마을 나오시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섬 전체가 하나의 예술공간으로 거듭났다.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뜻한다.” 안도는 평소 사업가이자 시인인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의 구절을 인용해 도전하는 태도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본태박물관의 가장 높은 부지인 동쪽 지점에 뿌리내린 본스타는 그의 식지 않는 용기를 대변하듯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안도의 ‘청춘’을 보여준다.
제주=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