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해결사' 된 파키스탄…트럼프 신임 업고 형제국 이란 설득
美·이란 휴전 이끈 샤리프 총리의 '균형 외교'
광물·코인 등 美와 전방위 협력
올들어 이란 정상과도 정기회담
이집트·튀르키예도 협상 참여
오만은 호르무즈 통행료 얻어
광물·코인 등 美와 전방위 협력
올들어 이란 정상과도 정기회담
이집트·튀르키예도 협상 참여
오만은 호르무즈 통행료 얻어
◇ ‘평화 열쇠’ 된 파키스탄
7일(현지시간) 이뤄진 극적인 휴전 발표는 전날 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X(옛 트위터) 글에서 시작됐다. 샤리프 총리가 ‘2주 휴전안’을 미국과 이란에 제안해 호응을 얻어낸 것이다. 종전까지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기 위한 협상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10일부터 이뤄진다.파키스탄과 샤리프 총리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신은 그의 실용주의 성향을 주목한다. 정치 명문가 출신인 그는 수백만달러 규모 철강기업 이테팍그룹을 공동 소유한 사업가였다. 이념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지도자에 가깝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며 파키스탄 국익을 챙겨온 점에서도 이런 성향이 드러난다.
파키스탄은 중동 국가와의 관계도 비교적 균형 있게 관리해왔다. 걸프 지역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노동자의 송금은 자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석유 수입의 81%를 걸프 지역에 의존하는 만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자국 선박에 군사 호위를 제공했다. 이란과는 같은 이슬람 시아파 국가이면서 국경을 맞대고 있다. 샤리프 총리는 올해 들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통화하고 회담을 이어왔다.
◇ 오만·튀르키예 등도 역할
과거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은 오만, 카타르 등 중동 국가가 주로 맡아왔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되자 최근에는 파키스탄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휴전안에는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이 통행료 수입을 전후 재건 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오만의 사용처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동 전문가들은 “오만이 이번 휴전을 계기로 통행료 부과 등 새로운 해협 관리 체계에 참여하면서 경제적 이익과 함께 중동 해상 질서 내 영향력도 키우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집트와 튀르키예도 파키스탄 중재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29일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 주재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과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교장관은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긴장 완화 방안과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논의했다.
다만 한자리에 모인 각국의 이해관계는 같지 않았다. 이집트는 해상 질서가 안정될수록 수에즈운하를 중심으로 한 자국 물류·통상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튀르키예는 무역·물류·에너지 경로의 요충지라는 지위를 강화하고자 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 국가들이 단순한 ‘분쟁 무대’를 넘어 ‘분쟁 조정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