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비위 법관에게 정직 이상 중징계가 내려진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농단’ 사태 이후 사법행정권 남용을 막겠다며 내부 감찰기구를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분리한 조치가 오히려 법원 내 감찰 기능 마비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법원행정처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법관 징계 처분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법관 징계는 견책 1건, 감봉 4건, 정직 4건 등 9건에 불과했다. 2024년과 작년에는 징계가 전무했다.

이는 검찰의 중징계 추이와 크게 대비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정직 이상의 검사 중징계는 2023년 1건에서 2024년 13건으로 급증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솜방망이 징계 기조 속에서 일선 지방법원 판사는 비위 유혹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지역 내 네트워크가 강한 변호사들이 주도적으로 로비를 벌이는 실정이다. 법학전문대학원 등이 주최하는 각종 연구 모임에 참석해 자신의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건네며 접근하는 방식이다.

법원 내부에선 감찰 시스템이 붕괴해 일선 판사의 비위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행정처 산하에 있던 윤리감사관실은 2017~2018년 불거진 사법농단 사태를 겪으며 대법원장 직속 외부 기구로 분리됐다. 과거 법원행정처가 윤리 감사를 빌미로 대법원 수뇌부 정책(상고법원 도입 등)에 반대하는 판사를 사찰하고 불이익을 준 행위가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데 따른 조치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농단 사태를 기점으로 법관 동향 파악 자체가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그 누구도 일선 판사의 움직임을 선제적으로 살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대법원은 지난 2월 ‘법관 윤리 제고를 위한 대법원 윤리감사관의 권한에 관한 연구’ 용역 공고를 내고 제도 정비에 나섰다. 직급 체계 개편 등 징계의 실효성을 높이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부장판사 승진 제도 등이 폐지되면서 징계를 받아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는 맹점을 없애고 징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