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펩은 2000년 애니젠으로 출범한 국내 대표 펩타이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다. 지난해 3월 HLB그룹으로 인수된 뒤 사명이 바뀌었다. 펩타이드 신약개발 기업 중엔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동안 ‘고질적 자금난’이 성장의 한계로 꼽혔다. HLB그룹의 인수로 유동성 문제가 해소된 뒤 신약과 화장품 등 다양한 신사업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사업개발을 총괄하는 심경재 HLB펩 대표를 만나 펩타이드 CDMO 시장의 미래와 가능성에 관해 들어봤다.
심경재 HLB펩 대표 사진 이솔 기자
심경재 HLB펩 대표 사진 이솔 기자
국내 펩타이드 1세대 연구자로 꼽히는 김재일 HLB펩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로 근무하던 2000년 회사를 창업했다. 당시 사명은 애니젠. 삼성그룹의 투자를 약속받고 당시 삼성의 간판 휴대전화 제품인 ‘애니콜’에서 사명을 따와 창업에 나섰지만 투자 규제에 발목 잡혀 약속은 철회됐다. 하지만 김 CTO는 국내에도 펩타이드를 전문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국내 첫 펩타이드 생산 공장을 세웠다.

GMP 인증받은 원료 펩타이드 생산시설 보유

일본 미쓰비시 생명과학연구소에서 펩타이드를 연구하다가 도쿄대를 거쳐 GIST로 자리를 옮긴 김 CTO는 아미노산 2~50개를 펩타이드로 지칭한다는 개념을 정의한 이 분야 세계적 전문가다.
펩타이드 시장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국내엔 생산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다. 2010년 전남 장성 공장이, 2020년 충북 오송 공장이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원료로 쓸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품질(GMP) 인증을 받으면서 숨통이 트였다. 국내 의약품 원료용 펩타이드 생산기업 중 펩타이드 전용 GMP 시설을 보유한 곳은 지금까지 HLB펩뿐이다. 국내서 펩타이드 신약을 개발하려면 HLB펩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