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방탄소년단(BTS)의 컴백으로 들썩였던 광화문은 우리 사회의 서글픈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세계가 주목한 축제의 현장을 메운 것은 젊음의 환희가 아니라, 혹여 사고라도 날까 전전긍긍하며 바리케이드를 쌓아 올린 기성세대의 공포와 정치적 셈법이었다. 안전을 빌미로 광장을 폐쇄적인 수용소로 만들어버린 이 ‘세계사적 어리석음’은, 역설적으로 우리 정치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를 증명하는 꼴이 되었다.
이제 솔직해지자. 제2, 제3의 BTS와 <케이팝 데몬헌터스> 같은 세계적 콘텐츠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길 바란다면,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은 ‘지도’나 ‘훈수’가 아니다. 그저 젊은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광장’을 온전히 내어주는 것뿐이다. 그 광장에서 때로는 어설픈 실패가 나오고, 때로는 눈부신 성공이 터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은 오롯이 청년들의 몫이어야 한다. 기성세대의 낡고 병든 정치 게임이 그들의 순수한 열정을 오염시킬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지금의 한국 정치와 제도가 가진 철학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개똥철학’에 불과하다. 80년대식 사고방식과 90년대식 행정 편의주의로 2020년대의 초연결 사회를 통제하려 드는 것 자체가 비극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지원 따위 없어도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그들에게는 국내의 경직된 제도보다 훨씬 강력한 ‘세계인의 지지’라는 든든한 빽이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영토를 종횡무진하며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그들에게, 국경 안에 갇힌 늙은 정치인들의 규제는 그저 지나가는 소음일 뿐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미 기성세대가 이룩한 성취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강요된 애국심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류애로 세계와 공명하며, 억지스러운 홍보 없이도 전 세계를 한국 팬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예산 지원이나 거창한 정책이 아니다. 그저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유로운 무대, 그리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격려와 지켜봐 주는 인내심이다.
늙은 사공들이 노를 젓는 배는 거친 세계의 파도를 넘지 못한다. 이제 키를 젊은이들에게 넘기고 기성세대는 선실로 내려가야 한다. 그들이 광장에서 어떤 춤을 추든, 어떤 노래를 부르든 간섭하지 마라. 그저 쳐다보고 박수만 쳐주면 된다. 광화문의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그 자리에 청년들의 꿈을 채우는 것, 그것만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문화 대국으로 영속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어설픈 훈수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그래봐야, 흘러간 노래이고, 시대에 맞지 않는다. 광장의 주인은 이미 바뀌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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