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 없는 트럼프 "공격 열흘 더 연기"…마이크론, 무너질 땐 답 없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진전 없자…4월6일까지 공격 연기
25일 아침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5~1.1%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유가가 뛰고, 국채 금리가 치솟는 상황이 재현됐기 때문입니다.
얼마 되지 않아 이란의 타스남 통신은 "미국이 제안한 15개 조항에 대한 입장(협상 거부)이 어젯밤 중개자를 통해 전달되었으며, 테헤란은 미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침략과 암살 행위 완전 중단 ▲전쟁 방지 메커니즘 구축 ▲전쟁 피해 배상금 지급 ▲중동 전 지역(레바논, 가자지구 등)에서 전쟁 중단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행사 보장 등을 협상 전제 조건을 반복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은 미국이 15개 항(핵 프로그램 해체, 미사일 제한, 대리 세력 지원 중단 등)의 조건을 완화해야만 휴전 논의를 위한 회담에 응할 의향이 있다. 이란은 대화에 열려 있지만, 보다 합리적 조건 아래에서만 가능하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안은 최소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 현 단계에서 협상 계획은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여전히 긍정적 전망이 많은 편이지만, 조심스러운 의견도 맞서고 있습니다.
페퍼스톤은 "휴전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고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에너지 가격 충격은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타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금융 시장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고통의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준다. 즉 '트럼프 풋옵션'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페퍼스톤은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갈등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고, 긴장 완화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지면 시장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으로 인해 많은 투자자가 계속 시장에 머물러왔습니다. 투자자인 벤 칼슨은 "작년 4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를 밝힌 뒤 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9.5% 올랐다. 전쟁과 유가 폭등에도 시장이 더 크게 하락하지 않은 이유는 이것이라고 확신한다. 약세를 전망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급반등 시나리오를 두려워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 4%까지 오른 2년물…금리 인상 시사
유가는 브렌트유는 5.8% 상승한 배럴당 약 108.01달러를 기록했고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2% 오른 배럴당 94.4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 걱정, 그리고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OECD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올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4.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기존 예상치인 3%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국채 경매는 연일 나쁜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7년물 경매에서는 발행 금리가 4.255%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WI) 4.247%에 대해 0.8bp 높게 결정됐습니다. 사흘 연속 테일(발행 금리가 시장 금리보다 높은 것)이 생긴 것입니다. 응찰률은 2.432배로 작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3. 매그니피센트 7→미저러블 7
주가 내림세는 기술주가 이끌었습니다.
마이크론은 6.94% 떨어졌는데요. 구글이 어제 AI 모델에 필요한 메모리 양을 줄일 수 있는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을 공개한 뒤 이틀 연속 급락한 것입니다. 사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뒤 6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죠. 샌디스크(-11.02%), 웨스턴디지털(-8.33%), 시게이트(-7.70%)도 함께 매도됐고요.
AI 공포가 소프트웨어, 사모펀드 등을 괴롭히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메모리가 타겟이 되는 모양새입니다. 월가는 과잉 반응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캐시 메모리 수요를 줄일 수 있지만, HBM 메모리 수요를 줄이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샌디스크 CFO와 만난 뒤 쓴 보고서에서 "터보퀀트 기술은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 지출의 투자수익률(ROI)을 높일 수 있다. 효율성 증가는 결과적으로 메모리 수요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른바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입니다.
▶모건스탠리도 "터보퀀트는 AI 추론 속도를 8배 높이면서 메모리 사용량을 6배 줄인다. 추론 과정에서 KV 캐시에만 영향을 미치며 GPU당 훨씬 더 많은 출력을 제공한다. 읽기 속도 향상은 ROI 측면에서 하이퍼스케일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는 컴퓨팅 및 메모리 산업의 장기적 성장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중립적이며, 장기적으로는 제번스 역설로 총수요가 증가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메타가 과거 담배 회사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담배 회사는 중독성이 있고 유해하다고 판결을 받은 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했고요.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제시카 널 변호사는 WSJ 인터뷰에서 "이는 AI 등 다른 분야에도 잠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꼬는 이미 터졌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연일 하락하고 있는데요. 5개월 전인 2025년 10월 28일 종가 542.07달러로 마감했을 때보다 약 30% 넘게 내렸습니다. 투자자들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소프트웨어라는 두 가지 주요 사업의 성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코파일럿 서비스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분기 말 기준 약 15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소프트웨어 사업은 AI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4. 마이크론 추가 하락 가능성?
기술주 추락 속에 시간이 흐를수록 주요 지수는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1.74%, 나스닥은 2.38% 급락했고요. 다우는 1.01% 내렸습니다. S&P500 지수는 6477.16을 기록, 작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페이리드스트레티지의 케이티 스톡턴 기술적 분석가는 "단기적으로 과매도 상태가 형성되면서 이번 주 초 다소 반등했지만, 중기적 약세가 소진되었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스톡턴은 S&P500 지수의 다음 지지선을 지금보다 약 5% 낮은 6175로 제시하면서 "만약 반도체 관련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 시장이 그 수준까지 급락할 수 있다. 반도체 ETF가 지지선을 하향 돌파하면 다음 약세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BTIG는 마이크론 주가가 52주 최고가 경신 후 6일 만에 20% 하락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호재가 매도세로 이어질 때는 주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는데요. BTIG에 따르면 1999년 마이크론 주가는 이후 19% 추가 하락했고요. 1997년 신고가 경신 후 20% 하락했을 때 이후 52% 더 폭락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