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 딱 맞춘 도이치…트럼프 "대화"한다는데, 이란 부인하는 이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기다리던 '타코' 나왔다
주말 사이에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매우 높아졌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요일 저녁 7시 45분 "이란이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여러 발전소를 공격하여 파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란은 이를 받아쳤습니다. 전력망이 공격받으면 기뢰를 이용해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는 등 보복하겠다고 했고요. 보복 대상에는 중동 각국의 에너지 시설뿐 아니라 해수 담수화 설비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데드라인은 월요일 저녁 7시44분이었는데요. 이를 12시간쯤 앞둔 오늘 새벽 7시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지난 이틀 동안 매우 훌륭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이란의 발전소 및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5일간 연기하도록 지시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란 측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이란 외무부는 국영 IRNA통신에 "최근 며칠간 몇몇 우호 국가를 통해 미국이 협상을 요청한다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지난 24시간 동안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을 끝내는 조건은 변함없다"라고 했습니다. 향후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 적절한 피해보상,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보장 등을 의미합니다. 미국과 대화한 상대방으로 보도된 갈리바프 의장도 X를 통해 "어떤 협상도 없었다. 이런 가짜뉴스는 금용·석유 사장을 조작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갇힌 수렁에서 탈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스티머 총리는 "회담이 즉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실한 것은 없다"라고 경고했고요.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요구는 전쟁 발발 이전과 같다며 "이란이 핵폭탄도, 핵무기도, 그와 비슷한 것조차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벌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 오키나와를 떠난 상륙함 USS 트리폴리와 2200명의 해병대가 금요일에 중동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5일이 끝나는 때입니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이어갈 태세입니다.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우리의 핵심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합의를 끌어낼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이와 동시에 이란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어떠한 합의에서도 우리의 핵심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 언론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이 이란과 (이스라엘에) 불리한 협상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실제 시장은 전쟁 장기화 우려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죠. S&P500 지수는 지난주까지 지난 1월 27일 고점에서 6.8% 떨어졌고요. 214거래일 만에 200일 이동평균선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프리덤캐피털의 제이 우즈 전략가는 "주말을 앞두고 S&P500 지수의 200일 이동평균선과 10월 및 11월의 주요 저점이 모두 무너졌다. 기술적 기반에 균열이 생기면서 더 큰 폭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증시뿐 아니라 채권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해 미 중앙은행(Fed)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이 매파적으로 선회하면서 주요국의 채권 금리가 전쟁 발발 후 지난 3주간 50bp 안팎 올랐는데요. 오늘 아침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44%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3월 들어 세계 채권 시가총액에서 2조5000억 달러 이상이 증발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금리가 뛰면서 금값은 한때 온스당 4100달러까지 폭락하기도 했는데요. 모건스탠리는 "주식, 채권, 심지어 금 가격까지 모두 같은 하락 방향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폭풍우가 지나갈 때까지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일 수 있으며, 이는 단기 약세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이 급속도로 무너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가 다시 나온 것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늘 메시지는 도이치뱅크가 만든 '압력 지수'가 트럼프 2기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시점에 나왔습니다. 이 지수는 미국 국채 수익률, 트럼프 지지율의 한 달 변동, 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 S&P500 지수의 성과를 동일 가중치로 종합한 것입니다.
2. 휴전 성사돼도 고유가 지속?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96달러, 서부텍사스원유는 84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란 측이 대화 사실을 부인하자 브렌트유는 다시 1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결국 브렌트유는 11% 하락한 배럴당 99.94달러, WTI는 10.3% 하락한 배럴당 88.13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4거래일 연속 상승세는 끝났지만, 브렌트유 가격은 3월 들어 여전히 38% 상승한 상태입니다.
월가에서는 중동 각국의 에너지 인프라가 광범위한 피해를 본 만큼, 당장 휴전이 이뤄진다 해도 에너지 가격이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9개국에 걸쳐 40개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전쟁으로 인해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흐름이 빠르게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올해 연말 석유 가격이 배럴당 약 75달러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걸프만의 에너지 자산이 손상되어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 높은 유가는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하는데, 이는 구매자들이 미래에 석유를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현재 석유에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모든 위험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몇 주, 아니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천연가스에서 생산 설비 피해가 큽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파스 가스전을 공격하고, 이란은 그 보복으로 세계 최대 가스전인 카타르의 라스라판 단지를 공격한 탓입니다. 카타르에너지의 CEO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라스라판 터미널에 대한 공격으로 복구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전망치를 기초로 향후 12개월 내 미국의 경제 침체 가능성도 30%로 높였습니다.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 5%포인트 오른 수치입니다.
3. 2년물 4% 넘었다가 하락
유가가 떨어지자, 금리도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께 뉴욕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bp 내린 4.352%, 2년물은 4.2bp 하락한 3.852%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각각 4.445%, 4.016%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많이 떨어진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중동 분쟁에서 비롯된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시나리오 분석이 더 중요해졌다고 밝혔습니다. 지정학적 긴장이 빠르게 완화되어 유가가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는 Fed는 단기 인플레 압력은 무시하고 안정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했습니다. 반면 분쟁이 장기화되면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제 위축이 나타나면서 적절한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갈 가장 유력한 단일 경로는 없으며, Fed는 상황 변화에 따라 대응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일부터 국채 경매가 실시됩니다. 24~26일 2년물(690억 달러), 5년물(700억 달러) 7년물(440억 달러)이 연이어 입찰에 부쳐집니다. 이란의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미 국채를 보유한 금융사와 자산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미국 국채는 이란인들의 피로 물들어 있다. 그것을 사는 것은 당신의 본사와 자산에 대한 공격을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위협했지요. 미국이 전쟁 비용 2000억 달러 예산 증액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부진한 경매 결과가 나온다면 시장의 금리 상승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폭넓은 상승세…200일선 회복 주시
상승세는 끝까지 지속됐습니다. S&P500 지수는 1.15% 올랐고요. 나스닥과 다우는 각각 1.38%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가 2.29%로 가장 높게 뛰었습니다.
5. "긴장 완화 시작" vs "불확실성 여전"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PNC파이낸셜의 융유 마 전략가는 "단기적 긴장 완화 경로(off ramp)가 현실적 시나리오다.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은 타당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란 상황은 이전보다 위험도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긴장이 대형 위기로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전히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군사적 확전과 경제적 혼란이 크게 확대될 것처럼 보였던 상황은 최소한 완화됐다"라고 밝혔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지정학적 이벤트는 예측하기가 정말 어렵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꼭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전쟁이 끝나야 주식이 바닥을 찍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역사와 맞지 않는다. 시장 바닥은 긍정적 뉴스가 나오기 훨씬 전에 형성된다. 오히려 악재 속에서 바닥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지정학적 상황과는 별개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연초에는 상당히 리스크 회피적이었는데, 지금은 그 성향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CIBC의 크리스 하비 전략가는 보수적입니다. 그는 "솔직히 이번 전쟁이 어떻게 잘 해결될지 모르겠다. 지금 상황은 언제든지 다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매우 불확실한 갈등이다. 설령 오늘 휴전이 이뤄진다고 해도,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확신을 갖기는 어렵다. 상황은 여전히 굉장히 불투명하고, 정리된 상태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6. 20% 넘게 떨어진 금…매수 타이밍?
금에 대해서도 월가 시각은 엇갈립니다. 금 가격은 오늘 온스당 4100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는데요. 4400달러선을 회복하면서 마감했습니다. 지난주 종가보다는 3.6% 내렸습니다.
하지만 르네상스매크로의 제프 디그래프 설립자는 "지금은 단기 매매(trade)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시기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그 여파가 꽤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1970년대 중반 급등했던 금값은 47%나 폭락했었다. 아직 조정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금 시장, 특히 금 관련 ETF 흐름을 살펴보면, 통상적으로 바닥을 다질 때 나타나는 대규모 투매나 자금 유출 현상이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