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전 세계에서 미니 씨어터가 가장 많은 곳이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팬데믹 전에는 더 그랬다고 하니 정말 일본은 예술 영화관이 그 어떤 나라보다도 발달한 곳이 아닌가 싶다. 이번 한국예술영화관협회와 일본의 커뮤니티 시네마 센터의 영화제에서 마련된 별도의 프로그램으로는 도쿄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미니 씨어터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중 시네마 스트레인저는 가장 최근에 생긴 극장으로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이 곳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네오 소라 역시 극장이 생긴 해부터 꾸준히 방문해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오 소라 인터뷰 참조). 이번에 소개한 극장은 도쿄 기쿠카와에 홀연히 나타난 '시네마 스트레인저'다.
기쿠카와는 도쿄의 시나가와역 근처에 위치한 조용하면서도 예술적인 동네이다. 극장의 프로그래머, 스즈키 사토미 씨에 따르면 이 동네에 작가들의 워크샵이 꽤나 몰려 있다고 한다. 예술인들이 많이 거주해서 독특한 카페와 바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시네마 스트레인저는 이 한적한 동네의 대로변에 위치해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 역시 매우 퓨쳐리스틱한 분위기의 메탈 기둥과 문으로 행인들의 시선이 머물지 않을 수 없는 외관을 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페와 굿즈를 파는 카운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쇼케이스 대신 놓인 작은 테이블 위에는 시네마 스트레인저의 로고가 박힌 접시와 텀블러, 티셔츠가 전시되어 있고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의 팜플렛이 판매되고 있다. 일본은 아직도 영화의 소개와 평을 담아낸 상영관 (주로 미니 씨어터) 만의 팜플렛을 제작하여 판매한다.
"시네마 스트레인저는 2022년 타다마사 오카무라 상(岡村忠征)이 만든 작은 독립영화관이다. 우리는 영화감독들과 관객이 수시로 만나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특이한 영화들을 함께 보고 토론을 할 수 있는 곳 말이다. 우리 극장은 감독·창작자와 관객의 벽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영화관을 열었을 때 공교롭게도 장 뤽 고다르 감독이 타계했다. 우리는 첫 특별전을 고다르 감독의 회고전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싶었고 많은 감독과 관객들이 방문했다."
▶ 도쿄, 특히 시부야 지역에는 정말 많은 미니 씨어터가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시네마 스트레인저와 다른 미니 씨어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보시다시피 우리 극장은 매우 작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작은 크기는 관객과 더 가깝게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지 단점이 아니다. 우리 극장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면 극장의 스태프들과 방문하는 감독들, 그리고 관객들이 친하게 지낸다는 점이다. 처음 방문하는 관객이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 올 때도 많다.
또 하나의 특별한 지점이라면 극장의 프로그램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미니 씨어터가 실험영화, 고전 영화, 장르 영화 등 한 분야에 특화하고 있다면 우리는 컨템포러리 독립영화에서부터 구하기 어려운 고전 상영까지 최대한 시대와 장르, 국가, 스타일을 다양하게 섞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보여주려고 하는 이유는 그만큼 다양한 (영화에 대한) 대화가 오가길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 극장은 단순히 보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만나고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위치를 기쿠카와로 정한 것은 현실적인 이유에서 이기도 하고 컨셉에 의한 이유이기도 했다. 일본은 규제가 심해서 주택가에 극장을 짓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스미다 구를 포함해서 도쿄의 동쪽에 위치한 산업 지역이나 상업 지역을 중심으로 극장의 부지를 찾아다녔다. 기쿠카와는 이런 맥락에서 이상적이었다. 이 근방에 극장이 없다는 것과 예쁜 카페와 가게들이 많은 시나가와와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는 기쿠카와 자체도 주택가와 가게들이 공존하는 멋진 동네가 되었다.
처음에 극장을 지을 때 친한 부동산 에이전트들과 빌딩 주인으로부터 많은 협조를 받았다. 여기도 주택가 위주의 동네라서 사운드 문제나 다른 관련 이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도움으로 우리의 극장이 현실화될 수 있었다. 극장을 지은 오카무라 상은 스트레인저가 동네 주민들이 언제든 (영화가 아니더라도) 놀러 올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극장의 불모지였던 이곳에 새로운 영화 문화가 뿌리내리기를 바랐다."
▶ 어떤 종류의 관객들이 주로 스트레인저를 찾는가?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오늘도 보시다시피) 대부분 젊은 관객들이다. 조금 더 독특한 컨셉의 영화나 회고전 같은 경우, 정통 시네필들이 더 많이 찾으면서 연령층은 더 다양해지는 편이다."
스즈키 씨가 이야기 한 것처럼, 내가 스트레인저를 찾은 날도 극장은 젊은 관객들로 북적였다. 그들은 커피를 주문하고 판매용 테이블에 놓인 극장의 굿즈를 살펴보는 등 작은 공간을 만끽했다. 대부분 일본 관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는 관객들도 많은 것을 보면 시네마 스트레인저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날 있었던 네오 소라의 <해피 엔드> 상영 이후 거의 모든 관객이 떠나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는 점이다. 사실상 일본 내에서 네오 소라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엄청나게 높지는 않지만, 시네마 스트레인저에서 만큼은 달랐다. 관객들은 그에게 악수를 청하고, 자신들의 전공을 이야기하거나 영화에 대한 소회를 나누었다. 이곳의 관객들은 더욱 친밀하고 다정했다. 분명 시네마 스트레인저는 관객과 감독 사이에 벽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의도라도 한 것일까. 짐작건대 아마도 몇 년 후, 스트레인저는 도쿄를 대표하는 미니 씨어터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혹은 이미 그렇게 되었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