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어 짬뽕’ 영화판에서 탄생한 거물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
[arte] 오동진의 여배우 열전
우리에게 어느덧 친숙해진 여배우
레나테 레인스베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센티멘탈 밸류>에서
원 씬 원테이크로 오프닝 장악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우리에게 어느덧 친숙해진 여배우
레나테 레인스베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센티멘탈 밸류>에서
원 씬 원테이크로 오프닝 장악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관련 칼럼] 영화 '센티멘탈 밸류' 요아킴 트리에 감독이 전하는 위로의 찬가
레나테 레인스베는 <센티멘탈 밸류>로 글로벌 스타로 뜨기 전 한국에서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1)로 이미 인지도 면에서 쐐기를 박은 여배우이다. 그러나 이 여배우에 진심인 씨네필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미친 듯한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두 편이 더 꼽힌다.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2024)와 <언데드 다루는 법>(2024)이다.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는 전국 관객 2,489명을 모았고 <언데드 다루는 법>은 5,152명을 모았다.
조금 심했다. 이런 대접을 받을 영화들이 아니다. 한국 관객들에게 스칸디나비아 3국의 언어와 대사, 특히 이름들이 아직은 그다지 익숙하거나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는 탓이다.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도 넷플릭스 덕일 수 있다. 이 글로벌 OTT의 현지화 제작 전략으로 이제는 다른 노르딕 언어인 핀란드어, 아이슬란드어 영화까지 만날 수 있게 됐다. 접근성이 그만큼 나아졌는데도 5천 명 남짓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는 건 다소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언데드 다루는 법>은 소녀 뱀파이어 영화 <렛미인>의 각본(원작 소설 또한 그가 썼다)을 쓴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원작 소설을 노르웨이 감독 테아 비스텐달이 영화로 만들면서 배경도 스톡홀름에서 오슬로로 바꿨으며 그 과정에서 레나테 레인스베를 캐스팅했다. 레인스베는 여기서 주인공 중 한 명인 안나로 나온다. 아들 엘리아스가 죽었고 그 아들이 다시 살아났는데 좀비가 된 상태여서 실로 어쩌지 못하는 엄마를 연기한다. 끔찍이 사랑하는 아들이었다. 그런데 죽는다. 상실감에 엄마는 일상이 무너진다. 그러다 오슬로에 갑자기 이상한 전기사고-정전과 전기적 파장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공동묘지에서 죽은 자들이 깨어난다. 이들은 우리가 아는 좀비처럼 물고 뜯지는 않는다. 그냥 의식이 없는 상태이다. 종종 공격성을 보이기는 한다. 엄마는 좀비가 된 아이를 숨긴다. 그러나 영영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나는 ‘죽었지만 살아 있는(undead)’ 아들 엘리아스를 물가에 있는 시골 별장으로 데려간다. 안나는 이제 결심해야 한다. 엘리아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레나테 레인스베 연기의 진가는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에서 드러난다. 이 영화에서 레인스베는 7분에 이르는 독백 씬을 롱테이크, 원 씬 원 테이크로 해냈다. 감독 하프단 울만 퇸델의 지시는 단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웃다가 울다가, 울다가 웃다가 할 것. 엘리자베스(레나테 레인스베)는 학교 복도 여기저기를 서성이며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질투, 자신이 집착하는 것들, 아들 아르망에 관한 얘기 등을 그야말로 미친 듯이 퍼붓는다.
이번 영화 <센티멘탈 밸류>에서도 레나테 레인스베는 영화 오프닝 장면부터 확실하게 책임을 진다. 주인공 노라는 이제 곧 막이 오를 연극 <햄릿>을 위해 무대 중앙으로 나가야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로 (그녀는 종종 이러는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위기를 겪는다. 이 오프닝은 영화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노라의 트라우마에 대해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나아간다. 레나테 레인스베는 영화의 오프닝을 장악하면서 곧 영화 전부를 끌고 나간다. 무대에서 분장실을 오가며 노라가 어쩔 줄 모르고 날뛰는 모습은 영화 안팎의 모든 사람을 극도의 노이로제로 몰아간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 역시 이 장면을 (끊어가는 것을 최소화해서) 거의 원 씬 원 테이크로 찍었다. 레나테 레인스베 연기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촬영 장면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