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는 퓨전과 재즈 록의 시대였을까?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것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가 적절하다. 왜냐하면 두가지 변수 외에도 다양한 음악적 변수가 발발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몰아닥친 록의 광풍은 1969년 여름을 지배했던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정점을 이루었다. 록 음악에 열광하는 리스너가 늘어나면서 재즈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1960년대를 뜨겁게 달궜던 프리 재즈는 언더그라운드의 영역으로 거처를 이동했다. 그렇다고 프리 재즈의 생명력이 유통기한을 마치지는 않았다. 다음으로는 유럽 재즈의 약진이다. 또한 비밥의 에너지를 이어받은 스피리추얼 재즈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1970년 앨범 [비치스 브루(Bitches Brew)]의 탄생으로 일렉트릭 재즈와 퓨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점화되었다.
밴드 '웨더 리포트' / 출처. 벅스
이미 20세기 중반의 재즈 앨범에서 퓨전이라는 용어가 언급되었지만 본격적인 재즈 퓨전의 시대는 1970년대였다. 이러한 흐름에 기여했던 그룹으로 웨더 리포트,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 크루세이더스, 소프트 머신 등이 있다. 이렇게 물과 기름 같이 여겨졌던 록과 재즈는 하나의 배에 올라탔다. 그리고 일부 블루스 뮤지션이 가세하여 재즈라는 관념을 확장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세상은 과거의 스타일을 고수하려는 재즈맨과 변화의 물결을 수용하려는 재즈맨으로 갈라졌다. 웨더 리포트는 후자에 속하는 그룹이었다. 이들은 1970년 키보디스트 조 자비눌, 색소포니스트 웨인 쇼터, 베이시스트 미로슬라브 비투스, 드러머 알폰스 무존, 타악기 연주자 돈 앨리아스와 바바라 버튼에 의해 만들어졌다. 슈퍼 밴드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는 웨더 리포트는 재즈 퓨전을 대표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초기 웨더 리포트를 이끌어 간 인물은 조 자비눌과 웨인 쇼터였다. 이들은 재즈, 록, 펑크, R&B, 민속음악, 아방가르드에 이르는 장르를 절묘하게 혼합하여 평론가와 대중 모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만약 이들이 일렉트로닉 재즈와 아방가르드의 직선적인 조합을 시도했다면 미국의 다운비트 매거진에서 5년 연속 베스트 앨범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차례대로] 조 자비눌과 웨인 쇼터 / 출처. 스포티파이, Wikimedia Commons
클래식의 도시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한 조 자비눌이 배운 첫 번째 악기는 아코디언이었다. 그는 빈 음악원에서 클라리넷, 바이올린, 피아노를 학습하면서 음악적 기반을 다졌다. 1959년에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향했던 조 자비눌은 색소포니스트 캐논볼 애덜리와 함께 밴드 생활을 하면서 1960년대를 보냈다. 이후 그는 다운비트지 독자 투표에서 무려 28회에 이르는 최고의 키보디스트에 선정되었다.
웨더 리포트의 또 하나의 축인 웨인 쇼터는 1952년 자신의 고향에 위치한 뉴저지의 뉴어크 예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뉴욕대학교 음악학과에서 담금질을 마친 그는 1959년부터 4년간 아트 블레이키 재즈 메신저스의 일원이자 음악 감독으로 활약했다. 과거 ‘미스터 곤’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웨인 쇼터는 웨더 리포트의 앨범 타이틀을 자신의 별명으로 만들 만큼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웨더 리포트의 앨범은 3집 [스위트나이터(Sweetnighter)]다. 이 음반에서 조 자비눌은 펑크와 그루브를 절묘하게 조합한 곡 ‘부기 우기 왈츠(Boogie Woogie Waltz)’를 완성시켰다. ‘부기 우기 왈츠’는 웨더 리포트의 콘서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트랙이다. 이들은 7집 [헤비 웨더(Heavy Weather)]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과거에 추구했던 실험적인 사운드를 자제하면서 밝고 흥겨운 재즈 퓨전의 신세계를 보여준 [헤비 웨더]는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던 결과물이었다.
[웨더 리포트 추천 앨범]
1. I Sing The Body Electric 아이 싱 더 바디 일렉트릭, Columbia, 1972년 2. Sweetnighter 스위트나이터, Columbia, 1973년 3. Black Market 블랙 마켓, Columbia, 1976년 4. Heavy Weather 헤비 웨더, Columbia, 1977년 5. Mr. Gone 미스터 곤, Columbia, 1978년 6. Night Passage 나이트 패시지, Columbia, 198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