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의 무대가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석유화학 플랜트, 원자력발전, 조선 등 한국 기업이 이들 지역에서 벌이는 ‘100조원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의 인프라에 무차별 공격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이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확전으로 지난해 136억8600만달러(약 20조원)에 달한 사우디, UAE 등 중동 주요 7개국 수출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국가 기간망이 붕괴하면 소비 침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동 스마트폰 시장 1위(2025년 3분기 점유율 34%)이고 현대자동차그룹은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의 ‘넘버2’(지난해 23.7%) 업체다. 인기몰이 중인 K푸드와 K화장품의 기세도 꺾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터졌을 때만 해도 유가와 해상 운임 급등을 걱정했는데 이젠 중동 내수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상황도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에 올렸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가 가장 걱정하는 건 스마트시티, 원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한국 기업이 ‘미래 먹거리’로 키워온 중동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좌초하는 것이다. 이란이 공격 대상을 미국 우방국의 첨단 산업 시설과 핵심 인프라로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3년 90억2100만달러인 한국 기업의 중동 프로젝트 수주 금액은 2024년 184억9400만달러로 늘었다. 그동안 수주한 일감에 사우디 ‘네옴시티’ 등 스마트시티 인프라 사업과 UAE의 ‘스타게이트’를 비롯한 AI 데이터센터 등을 더한 한국 기업의 중동 프로젝트 규모는 1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신정은/이선아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