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매파의 반란…AI 공포 완화됐지만 빅테크 투자 감축?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가장 저평가' 엔비디아 상승
18일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2%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대장주' 엔비디아가 2% 뛰면서 출발한 게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메타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은 데 따른 것입니다. 메타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및 루빈 GPU 수백만 개를 쓸 예정이고요. 특히 CPU도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CPU를 쓰기로 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번 사례가 그레이스 CPU를 단독으로 대규모로 도입한 첫 번째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메타는 자체 AI 칩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기술적 문제를 겪어왔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구글의 TPU 활용을 고려한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엔비디아의 GPU와 CPU를 대규모로 사기로 한 것이죠. 배런스에 따르면 이 계약은 수백억 달러 규모에 달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데이비드 테퍼의 아팔루사매니지먼트가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 5%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아날로그디바이스는 4분기 매출이 30% 증가하는 등 실적이 월가 기대를 넘으면서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2. SW 반등…AI 매도세 끝났나
오전 10시를 넘자, 상승 폭이 가팔라졌습니다. 최근 오르지 못했던 소프트웨어 등 일부 기술주들도 오름세에 동참했습니다.
'AI 공포 트레이드'의 직격탄을 맞았던 소프트웨어에 대해선 단기 과매도 됐다는 분석이 줄 잇고 있습니다.
JP모건 트레이딩데스크는 "'일단 팔고 보는' AI 셀링(매도)이 끝나가고 있다. 이제 소프트웨어 주식을 살 때”라고 밝혔습니다. 포지션이 극단적이라는 겁니다. 즉 투자자들의 반도체 포지션 혼잡도는 +4 표준편차를 넘었고, 소프트웨어 포지션은 -3.5 표준편차로 양 업종 사이의 포지션 격차가 역사적 극단에 도달했다는 얘기입니다. JP모건 트레이딩데스크는 "연초 이후 반도체 매수·소프트웨어 매도 전략의 수익률은 약 34.9%에 달한다. 이는 AI가 유일한 승자이고 기존 소프트웨어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란 직선적 사고에서 비롯된 괴리"라며 "이런 내러티브가 끝을 향하고 있고, 저가 매수의 기회가 열렸다"라고 밝혔습니다.
무디스는 오늘 아침 실적을 공개했는데요. 최근 AI로 인해 데이터 제공 업체들이 급락하는 와중에 무디스의 주가도 20% 넘게 떨어졌습니다. 무디스의 실적은 컨센서스를 넘었고요. 롭 포버 CEO는 "무디스가 가진 데이터는 공개된 자료에서 취합할 수 없다. 무디스가 수십 년 쌓아 온 데이터는 AI 활용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AI에 대한 내성도 강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팰런티어는 장 초반 급등세를 보였는데요. 미즈호는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상향 조정하면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유례없는 규모의 매출 성장, 성장 가속화, 마진 확대를 달성하고 있다"라고 평가한 덕분입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일시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팔로알토네트웍스는 어젯밤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매출이 15% 증가하는 등 실적은 컨센서스에 부합했고요. 연간 반복 매출(구독 소프트웨어의 중요한 지표) 63억 달러는 월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니케시 아로라 CEO는 "AI가 사이버보안을 대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수한 기업 통합 비용과 하드웨어 방화벽에 필요한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향후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게 문제였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팔토알토가 사이버보안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라면서 투자 등급 '비중 확대'를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는 245달러에서 223달러로 낮췄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분기 실적을 내놓았다는 것이죠.
그래서 과잉 투자하고 있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은 것이죠. 어제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2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을 보면 투자자 35%가 기업들이 사상 최고 수준의 '과잉 투자'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소프트웨어 등 기술주가 살아나면서 그동안 상승세를 보이던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등은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필수소비재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이 사상 최고 수준을 찍은 뒤 어제부터 내려오고 있습니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는 "필수소비재 업종은 점점 더 '저가 투자'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3. 미 경제 살아난다…예상 상회하는 데이터들
올해 뉴욕 증시는 매우 시끄러웠습니다. 하지만 S&P500지수는 연초와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12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 대비 1.4% 감소했습니다. 이는 보잉의 여객기 계약 감소 때문입니다. 민간 항공기 주문은 지난 12월 25% 감소했는데요. 11월에 98% 증가한 뒤입니다. 이런 변동성이 큰 운송 부문을 제외한 내구재 주문은 전월 대비 0.9% 증가, 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시장 예상치인 0.5% 증가도 웃돌았고요. GDP 계산에 포함되는 핵심 자본재 주문(항공기, 군수품 제외)은 전월 대비 0.6% 늘어 컨센서스 0.3% 증가를 뛰어넘었습니다.
BMO는 "오늘 데이터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회복력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Fed가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할 이유는 거의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데이터가 나온 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4분기 성장률을 3.6%로 추정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기존 1.6%를 1.7%로 상향 조정했고요. 오는 금요일 4분기 GDP 성장률이 발표되죠. 웰스파고는 "확장적 재정 정책, 완화된 통화 정책, 활발한 AI 투자, 그리고 경제 정책 불확실성 감소에 힘입어 2026년 실질 GDP 성장률은 시장 평균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강력한 데이터는 주가 상승에 이바지했습니다. 엔비디아 중심의 상승세가 확산한 것은 산업생산 호조 등 경제 데이터가 좋았던 데에도 기인합니다.
매파적이었던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의 모든(Almost all) 참가자가 금리를 3.5%~3.75%로 유지하는 것을 지지했다
▶대다수(Vast majority)는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감소했다고 판단했다
▶대부분(Most)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 이상에서 정체될 위험이 있다고 봤다. 많은(Many) 위원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더디거나 불균등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직원 경제 전망은 12월보다 더 긍정적이었다. 인플레이션이 이전 예측보다 약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실질 GDP 성장률이 2028년까지 잠재 성장률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금리와 관련해 위원들은 세 개의 파로 갈라졌습니다.
▶몇몇(several)은 들어오는 데이터를 신중하게 평가하는 동안 금리를 당분간 동결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럿(Some)은 디플레이션 추세가 확실히 회복되었다는 명확한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추가 완화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몇몇(several)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양면적 가이던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찰스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회의록을 보면 매파들이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몇몇'은 정책 방향에 대해 양면적 표현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고,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TD이코노믹스는 "전반적으로 1월 회의록은 Fed의 신속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리는 이번 분기 금리 동결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BMO는 "회의록에서는 1월 FOMC의 매파적 분위기가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여럿'이 금리 전망에 대한 양면적 견해, 즉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 동의했다는 점은 통화 정책 방향이 언제든 급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버코어는 "1월 회의록에서 매파가 주목받고 있는데 '여럿'이 금리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고 언급한 탓이다. 하지만 이런 특정 발언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몇몇'은 총 19명 가운데 강경파 5명 정도다. 케빈 워시 의장은 올해 2~3회 인하를 끌어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의록을 보면 3회 인하는 쉽지 않으리라 보인다"라고 풀이했습니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살짝 낮아졌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 6월, 7월에 인하가 없을 것이란 베팅은 1~2%가량 높아졌습니다.
4. Mag 7 다 올랐다
매파적 FOMC 회의록이 공개된 뒤 상승세는 주춤해졌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56%, 나스닥은 0.78% 상승했고요. 다우는 0.26% 올랐습니다.
시장의 폭도 넓었습니다. S&P500 지수에 포함된 약 320개 종목이 상승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