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빈 밀려도 인프라는 최강자…K풍력, 美·유럽 핵심 공급망 부상
전기국가 패권전쟁
(5) 287兆 해상풍력 시장
한국형 생태계가 게임체인저
글로벌 풍력 터빈 65%가 중국산
공급망 수직계열화 '패키지 수주'
美·EU, 中 해저케이블 해킹 우려
LS전선 등 국내업계 반사이익
한화오션·HD현대 초대형 설치선
SK오션플랜트 하부구조물까지
제조기술 강점 살려 '패권 경쟁'
(5) 287兆 해상풍력 시장
한국형 생태계가 게임체인저
글로벌 풍력 터빈 65%가 중국산
공급망 수직계열화 '패키지 수주'
美·EU, 中 해저케이블 해킹 우려
LS전선 등 국내업계 반사이익
한화오션·HD현대 초대형 설치선
SK오션플랜트 하부구조물까지
제조기술 강점 살려 '패권 경쟁'
◇5배 커지는 시장…다시 열리는 기회
한국도 일찌감치 풍력산업을 ‘제2의 조선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2008년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등 ‘조선 빅3’가 모두 뛰어들었지만 2010년대 조선업 침체로 속속 사업에서 철수했다. 전문가들은 다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키워드는 공급망 안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에너지 안보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제조업 기반을 갖춘 한국이 해상풍력 공급망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이미 밸류체인 곳곳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국내 업체도 많다. 전체 해상풍력 사업비의 15~20%를 차지하는 해저케이블이 대표적이다. LS전선은 2022년 세계 최초로 525㎸급 HVDC(고압직류송전)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 표준을 선점했다. 지난해 네덜란드 국영전력회사 테네트로부터 2조원 규모의 수주를 따냈고, 독일과 북미 등지의 수주 잔액도 수조원대에 달한다. 후발주자인 대한전선 역시 전남 영광 낙월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154㎸ 및 345㎸급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며 트랙 레코드를 쌓고 있다.
◇“한국 제조 생태계가 게임체인저”
사업비의 약 20~30%를 차지하는 하부구조물도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풍력 설비가 거친 파도와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바다 밑에 단단히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수천t의 하중을 견디며 수명기간인 25년 이상 바닷물의 부식을 견뎌야 해 고난도 특수강재 및 용접 기술이 필요하다.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는 이 분야의 절대 강자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대만에선 해상풍력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덴마크 오스테드 등 글로벌 디벨로퍼로부터 “품질과 납기 측면에서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철 제조 기술력도 해상풍력의 핵심 경쟁력이다. 해상풍력용 타워와 하부구조물에는 일반 강판보다 강도가 세고 부식에 강한 ‘해상풍력용 특수 후판’이 들어간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항복강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풍력 타워 1위 기업인 한국 씨에스윈드와 SK오션플랜트 등에 후판을 공급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거대한 기둥 하나를 박는 ‘모노파일’ 방식에서 정평이 나 있다. 영국 법인 세아윈드가 지난달 영국 정부가 발표한 7GW 규모 풍력 차액계약제(CfD) 사업에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해상풍력의 하부구조물이 고정식 대신 부유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심과 상관없이 설치가 가능해 어민들의 민원으로부터 자유롭고, 바람질이 좋아 시장성이 크다는 평가다. 부유식 풍력이 일반화되면 해양플랜트 제작 경험이 풍부한 조선 빅3의 주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을 겪는 해상풍력전용설치선(WTIV) 분야에서도 한국 조선업이 해결사가 될 수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글로벌 시장 주력인 15㎿급 터빈을 5기까지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설치선을 건조 중이다. HD현대중공업도 설치와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해상풍력 EPC(설계·조달·시공) 시장에 진출했다. 터빈 개발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현재 유니슨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정부 지원을 받아 10㎿급 실증 및 상용화에 들어갔다.
시장조사기관 우드매켄지는 “2030년까지 각국 정부가 설정한 해상풍력 보급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당장 WTIV, 하부구조물 등 풍력전력기자재에 270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특히 매년 20척 이상의 초대형 WTIV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쇳물(포스코)에서 시작해 용접(SK오션플랜트)을 거쳐 조립(조선사)으로 이어지는 한국 특유의 제조 생태계가 해상풍력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김리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