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S사의 대형마트에서 현장 판매직부터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 올라간 김 부장은 내게 말했다.
“유통은 절대 망하지 않아.”
생산자만큼이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매개자인 유통은 중요하다. 재화와 물자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살아 있다. 미술 시장도 마찬가지다. 운송은 단순한 물류가 아니라 시장을 유지하는 혈관과 같다. 작품은 소장자의 수장고 안에 머물러 있을 때보다, 끊임없이 이동할 때 비로소 살아 숨 쉰다.
당시 정말 많은 작품이 쉼 없이 움직였다. 키아프와 프리즈가 끝난 뒤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삼청동을 걷다 보면, 판매된 작품을 배송하기 위해 분주히 오가던 미술품 운송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미술관으로, 재단으로, 개인 컬렉터에게로 주인을 찾아가는 작품들이 도시를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운송사들이 큰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운송사들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팬데믹 이후 치솟은 항공·해상 운임과 인건비 상승, 보험료와 물류비 증가를 감안하면 남는 장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외 갤러리의 국내 지점이 늘어나고 프리즈 서울 론칭 이후 해외 갤러리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운송사들은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운송사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해외 운송까지 아우르는 중대형 운송사와 무진동 박스차 한 대로 운영되는 개인 운송사다.
중대형 운송사는 컨테이너를 운반할 수 있는 5톤 트럭과 작품 보관이 가능한 항온·항습 스토리지를 갖추고 있다. 해외 운송에 적합한 현지 파트너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잦은 국제 거래 경험 덕분에 숙련된 관세사와 협업한다.
반면 개인 운송사는 국내 개인전이나 아트페어 참여 시 자주 활용된다. 무진동 박스차를 기반으로 한 개인 운영 형태가 많고, 중대형 운송사보다 비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일부 개인 운송의 경우 작품 훼손 시 배상 보험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트페어는 종종 공식 운송사를 지정한다. 단순한 협찬 구조 때문이 아니라, 해외 갤러리에게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국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갤러리에게는 통관 방식, 보세 여부, 보험 구조, 설치 일정, 반출 절차까지 모든 것이 낯설다. 공식 운송사는 이러한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제공하며, 작품 도착부터 설치, 전시 종료 후 반출까지의 흐름을 관리한다.
특히 아트페어 현장에서 운송사는 단순한 물류 업체가 아니라 운영 파트너에 가깝다. 전시장 바닥 하중, 크레인 사용 여부, 작품 반입 동선, 로딩덕 사용 시간까지 운송사가 관여하지 않으면 일정은 쉽게 어긋난다. 작품 하나의 이동이 아니라 수백 점이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작은 지연 하나가 전체 동선을 흔들기도 한다.
또한 운송은 단순한 물류 문제가 아니다. 아트페어 현장에서 해외 작품이 움직인다는 것은 곧 통관 방식과 세금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작품이 한국으로 들어올 경우 대부분은 전시용 무상수입, 즉 한시적 전시 형태로 신고된다. 국내 법인이 있는 갤러리는 자체 명의로 진행하지만, 국내 브랜치가 없는 해외 갤러리는 행사 주최 측이나 운송사 명의로 통관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보세 상태로 유지되며 전시 종료 이후 재수출을 전제로 이동한다.
회화나 조각처럼 오리지널 아트워크로 인정될 경우 관세와 부가가치세는 모두 0%다. 하지만 사진이나 프린트, 에디션 작품은 세관 판단에 따라 상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경우 작품 가액의 약 10% 수준의 보증금을 납부하고 통관을 진행하며, 전시 후 재수출 시 환급받게 된다.
정식 수입으로 들어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작품이라도 이후 해외로 다시 반출된다면 환급이 가능하다. 전시 이후 해외에서 판매되는 경우 역시 한국에서는 무상 재반출로 처리되고, 세금은 작품을 구입한 국가에서 발생한다. 결국 작품은 어디서 소비되느냐에 따라 세금의 위치가 달라진다.
반대로 우리가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하기 위해 작품을 반출할 때에도 운송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해외에서는 설치 기준, 보험 요구 사항, 안전 규정이 국가마다 다르다. 어떤 도시에서는 로딩 시간이 엄격히 제한되고, 어떤 아트페어에서는 지정된 핸들러만 작품을 만질 수 있도록 규정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것이 운송사의 역할이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운송비는 어떻게 책정되는가.
운송비는 단순히 작품의 무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부피와 이동 거리, 항공 혹은 해상 운송 방식, 크레이트 제작 여부, 온습도 관리 필요성, 현지 핸들링 비용, 보험료, 통관 수수료까지 여러 요소가 동시에 반영된다. 같은 작품이라도 파리에서 서울로 오는 것과 홍콩을 경유하는 경우 사이에는 비용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주요 아트페어 개최국의 관세율
여기에 국가별 관세 구조까지 고려되면 변수는 더욱 많아진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술품으로 인정될 경우 관세는 0%지만, 상품으로 분류되는 순간 두 자릿수 관세가 붙기도 한다.
한국은 장식성 작품에 엄격한 편이고, 중국이나 인도 역시 분류 리스크가 큰 시장이다. 반면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관세 부담이 거의 없는 지역도 있다. 결국 작품의 이동 경로는 단순한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세금 전략과도 연결된다.
이 지점에서 운송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더욱 중요해진다. 스토리지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지, 전문화된 핸들러가 있는지, 경험 많은 관세사가 함께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해외 갤러리와 현지 핸들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언어의 문제뿐 아니라 작업 방식의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해외 아트페어에서는 작은 오해 하나가 일정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
작가의 아이디어를 미술로 표현하는 개념미술은 관객들이 가장 당황스럽게 느끼는 미술 장르 중 하나다. 예컨대 지금 서울 사간동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김범 작가의 ‘풍경 #1’(1995)에는 이런 뜻의 영어 문장이 적혀 있다.“이 푸른 하늘을 보시오. 이 나무들을 응시하시오. 여기 흐르는 강을 보시오.”텅 빈 캔버스에 글만 몇 줄 적어놓고 작품이라니. 예쁜 그림과 멋진 조각을 기대하며 미술관에 들어섰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수께끼를 풀 때처럼 시간을 들여 작품을 보면 감상이 달라진다. 김범의 작품에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지만, 문장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 풍경이 떠오른다.‘그림이 없는데도 이미지가 생각나네. 그럼 나는 그림 그 자체를 보는 걸까, 그림을 보고 떠오른 내 생각을 보는 걸까?’이렇게 인식이 전환되는 경험이 개념미술의 핵심이자 재미다. 그래서 배명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개념미술을 “눈이 아니라 머리를 건드리는 미술”이라고 설명한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는 작가 28명의 작품 140여 점을 통해 한국 개념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전시는 1970년대 개념미술 작가들의 ‘행위’에서 출발한다.1975년 이건용 작가는 ‘장소의 논리’에서 전시장 바닥에 분필로 원을 그렸다. 이후 원 밖에 서서 중심을 가리키며 “저기”라고 외쳤다가, 원 안으로 들어가 바닥을 가리키며 “여기”라고 했다.같은 자리인데 작가가 선 위치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지듯, 장소는 고정된 게 아니라 말과 몸의 관계 속에서 정해진다는 뜻이다. 김용
독일 베를린에서 골동품 박물관을 운영하는 샤로테는 격변의 시기 성소수자의 버팀목이 됐던 인물이다. 남성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 여성인 그는 나치 시대와 동독의 사회주의에서 살아남은 뒤 성소수자의 해방구였던 카바레를 운영했다. 1890년대 생산된 축음기와 시계 등을 수집하는 취미도 갖고 있었으며 자기 집을 박물관으로 꾸미기까지 했다.이 정도면 샤로테를 잘 설명한 것일까. 두산아트센터가 오는 7월 12일까지 스페이스111에 올리는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샤로테는 대체로 성소수자의 편이 됐지만, 한 편에서는 의문스러운 행적을 남겼다. 그의 본심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무도 쉽게 설명할 수 없었다.작품은 미국 극작가 더그가 샤로테의 생애를 희곡으로 쓰기 위해 조사를 거듭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미국에서 게이로 살아가던 더그는 통일된 독일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는 친구 존에게서 샤로테라는 독특한 인물에 대해 듣게 된다. 더그는 그의 인생을 그려내기 위해 인터뷰를 시작한다.이 작품은 형식부터 주제와 맞닿아 있다. 한 명의 배우가 샤로테를 비롯해 더그, 친구 존, 가족과 주변 인물들까지 30여 개의 역할을 쉴 새 없이 넘나든다. 사회의 기준으로 부여된 정체성 하나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올해 무대에선 배우 지현준·백석광의 ‘연기 차력쇼’를 감상할 수 있다. 수많은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누구를 연기하는지 헷갈리기 마련이지만 두 배우는 각종 의상과 소품을 통해 간극을 없앤다.샤로테의 ‘보석함’과도 같은 무대도 만날 수 있다. 무대 벽면이 붉은 융단으로 도배됐
“드뷔시, 라벨, 생상스의 작품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색채가 전혀 달라요. 관객들께서 이번 축제에서 자신만의 프랑스 음악 취향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지휘자 박근태)“프랑스 음악은 하프의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해요.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하프의 울림을 온몸으로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지휘자 박강현)프랑스 음악의 다채로운 매력을 음미할 수 있는 한여름 밤의 클래식 축제 ‘줄라이페스티벌’이 7월 내내 서울 대학로에서 펼쳐진다. 페스티벌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지휘자는 1991년생 동갑내기 박강현과 박근태. 이들을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만났다.박강현은 바이올린 전공으로 서울대 박사 과정까지 수료한 뒤 르네상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내악단 ‘앙상블 스페스’를 세웠다. 박근태는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피아노 전공으로 유학길에 올랐다가 지휘로 영역을 넓혀 현재는 대전시립교향악단에서 전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올해 줄라이페스티벌은 프랑스를 주제로 정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7월 1일 개막 공연을 이끄는 박강현은 “바로크에서 인상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통로에 있는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으로 문을 연 뒤, 톡 쏘는 매력이 있는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와 깊은 심연까지 건드리는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을 연이어 선보일 것”이라며 “반 클라이번 국제 주니어 콩쿠르에서 우승한 홍석영 피아니스트가 함께하는 무대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박근태가 맡은 7월 31일 폐막 공연은 프랑스 대표 작곡가 드뷔시와 생상스, 라벨 작품을 입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