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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아니라 머리를 건드리는 미술"
국립현대미술관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展
'내 돈' 글씨만 가득 적힌 작품
지시어만으로 이뤄진 그림 등
140여 작품으로 개념미술 조명
'내 돈' 글씨만 가득 적힌 작품
지시어만으로 이뤄진 그림 등
140여 작품으로 개념미술 조명
“이 푸른 하늘을 보시오. 이 나무들을 응시하시오. 여기 흐르는 강을 보시오.”
‘그림이 없는데도 이미지가 생각나네. 그럼 나는 그림 그 자체를 보는 걸까, 그림을 보고 떠오른 내 생각을 보는 걸까?’
이렇게 인식이 전환되는 경험이 개념미술의 핵심이자 재미다. 그래서 배명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개념미술을 “눈이 아니라 머리를 건드리는 미술”이라고 설명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는 작가 28명의 작품 140여 점을 통해 한국 개념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전시는 1970년대 개념미술 작가들의 ‘행위’에서 출발한다.
1975년 이건용 작가는 ‘장소의 논리’에서 전시장 바닥에 분필로 원을 그렸다. 이후 원 밖에 서서 중심을 가리키며 “저기”라고 외쳤다가, 원 안으로 들어가 바닥을 가리키며 “여기”라고 했다.
같은 자리인데 작가가 선 위치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지듯, 장소는 고정된 게 아니라 말과 몸의 관계 속에서 정해진다는 뜻이다. 김용민의 ‘물걸레’(1976)에서 작가는 젖은 수건을 들어 비틀고 털어 접기를 반복한다.
곽덕준 작가의 ‘4개의 시계’(1973)는 똑같은 시계 네 개가 서로 다른 시각을 가리킨다. 객관적 기준이라고 믿었던 시간도 사실은 사람들 사이의 약속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성능경 작가의 ‘세계전도’(1974)는 대형 세계지도의 외곽만 남기고 안쪽을 약 300조각으로 잘라 임의로 재배치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미술관은 개념미술 전문가인 알렉산더 알베로 컬럼비아대 교수를 6개월간 초청해 연구를 쌓았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