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베트남 이길 수 있다"는 개성공단 中企
개성공단 경제적 재평가 필요
정부, 기업인 목소리 경청해야
민지혜 중소기업부 기자
정부, 기업인 목소리 경청해야
민지혜 중소기업부 기자
북한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국내 중소기업인들은 칭찬 일색이었다.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10년이 지난 뒤 만난 해당 업체 대표들은 “개성공단의 생산성과 품질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들은 무엇보다 북한 직원들의 손재주에 감탄했다. “복잡한 변신로봇 완구를 조립하는 법을 금세 배워 깜짝 놀랐다”(박남서 컴베이스 대표)거나 “자존심이 세서 불량 나오는 걸 스스로 못 참고 완벽을 기하더라”(성현상 만선 대표) 같은 경험담은 거짓말이 아닌 듯했다.
제조업을 할 때 노동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당 근로자가 어떤 기술력으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생산해내는가의 문제는 그 기업의 실적과 직결된다. “개성이 문 닫은 뒤 중국에도 진출해 봤지만 여러 문제에 봉착해 결국엔 손해 보고 나왔다”(김학권 재영솔루텍 대표)는 고백은 개성공단을 냉철하게 경제적으로 재평가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도 마찬가지였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재영솔루텍은 2013년 중국에서 철수한 뒤 베트남 하노이에 공장을 지었다. 개성공단 비중을 줄이면서 중국보다 인건비가 낮은 베트남을 생산 중심 기지로 삼으려는 조치였다. 이 판단은 적중하는 듯했다. 2014년(1514억원)에 이어 2015년(1640억원)까지 매출은 계속 늘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실적은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매출은 급감했고 급히 개성공단을 대체할 생산기지를 찾느라 영업손실도 냈다.
그도 그럴 것이 개성공단 근로자는 야근수당 등을 합해 월평균 150~200달러를 받았다. 10년 전 수치이긴 하지만 현재 중국(약 500~700달러), 베트남(일반 350달러, 기술직 600달러)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심지어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뒤 자동화로 생산성을 극대화한 에버그린이라는 기업도 “마스크는 자동화했지만 노동력이 필요한 다른 사업을 키우기 위해 개성에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정부만 믿고 개성공단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뒤 ‘빚쟁이’가 된 기업인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미국도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이 개성공단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적어도 개성공단을 경험한 뒤 “중국·베트남보다 개성공단이 더 낫다”는 기업인들의 평가에 귀 기울일 필요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