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사진=노정동 기자
무궁화신탁과 SK증권을 둘러싼 얽히고설킨 금융 거래에는 수많은 사모펀드(PEF)가 등장한다.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은 무자본 인수합병(M&A)에 나설 때 PEF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SK증권도 여러 PEF와 거래하면서 김신 SKS PE 부회장의 PEF를 통한 1인 지배구조를 뒷받침해 왔다.
중소 PEF가 변칙적으로 악용되는 일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금융회사 출자를 받은 뒤 펀드 자금으로 우회 지원하는 식으로 심각한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자본 M&A의 파트너로 나서주거나 ‘짬짜미 거래’를 물밑 지원하는 일도 잦다. PEF가 인수한 기업을 앞세워 자금을 돌려막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
◇상장기업에 무궁화신탁 부실 떠넘겨
이번 사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PEF는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다. 키스톤PE는 2023년 6월 오 회장의 자금 조달을 도와줬다. SK증권이 주선한 오 회장 무궁화신탁 주식담보대출 관련 후순위채 100억원어치를 사준 것이다. 2021년 펀드로 인수한 A캐피탈(옛 JT캐피탈)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두 달 후인 8월 이 1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코스닥 상장기업인 아시아경제에 양도했다. 아시아경제도 키스톤PE가 인수한 회사다. 현재 후순위채는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아시아경제로 넘어간 뒤 석 달 만에 무궁화신탁 주식담보대출엔 기한이익상실(EOD) 요건이 발생했다. 2020년 키스톤PE는 무궁화신탁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식으로 3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키스톤PE는 오 회장의 오랜 파트너다. 무궁화신탁은 키스톤PE 펀드에 자금을 태워 2017년 현대자산운용을 인수하기도 했다.
키스톤PE는 SK증권 대주주인 J&W에 자금을 댄 한국토지신탁과도 한배를 타고 있다. 한토신은 키스톤PE가 조성한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동부건설을 인수했다. 부동산신탁사는 건설회사 경영권을 직접 인수할 수 없지만 키스톤PE를 활용해 이를 우회했다. 오 회장은 무궁화신탁 인수 초기 키스톤PE뿐 아니라 노앤파트너스 등을 활용하다가 무궁화프라이빗에쿼티와 천지인엠파트너스라는 PEF 운용사를 세워 직접 기업사냥을 했다.
키스톤PE 관계자는 "A캐피탈이 무궁화신탁 후순위채를 투자할 당시 해당 채권은 LTV 53.4% 가치를 지닌 우량 담보자산이었다"며 "해당 채권을 아시아경제로 이전한 건 레고랜드 사태로 캐피탈업계 전반에 걸친 유동성 경색 상황에서 대주주에게 유동성을 지원하라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른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오 회장에게 포트폴리오사를 통해 자금을 우회 지원하거나, 오 회장 개인을 위해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없다"며 "PEF 운용사로서 법령에 따라 출자자(LP)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고, 특정 LP 개인과 이해관계를 공유하거나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PEF를 운용하는 등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소 PEF 급증
SK증권도 중소 PEF 운용사에 자금을 출자하고, PEF를 수족처럼 부렸다. 로드인베스트먼트가 대표적이다. 로드인베스트먼트는 SK증권에 트리니티자산운용을 매각하고, 매각 자금을 SK증권의 지배 펀드인 J&W PEF에 출자한 정진근 씨 등이 설립한 운용사다. 로드인베스트먼트는 SK증권 자금으로 조성한 펀드로 2021년 99억원 규모의 비앤비코리아 전환사채(CB)를 인수하기도 했다. 비앤비코리아는 SK증권 자회사인 SKS PE가 인수한 회사다.
중소 PEF 운용사들이 변칙 금융에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펀드 출자자에 목마른 중소형 PEF의 자금줄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펀드 LP가 운용사(GP)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에선 LP가 GP 운용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내 PEF 운용사 437곳 가운데 소형사(약정액 1000억원 미만)는 242곳(55.4%)에 달한다. 운용사를 직접 세워 사적인 우회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MBK파트너스를 때리는 데 몰두하고, 레버리지 규제 등 본질에서 어긋난 규제 만들기에 집중하는 사이 중소형 PEF가 변칙 금융에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