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돌덩이가 선사한 일곱 가지 마법
[이진섭의 음미(美)하다]
우고 론디노네의 '세븐 매직 마운틴스'
라스베가스를 닮은 형형색색의 돌덩이들
슬픔과 환희, 고독, 숭고함 등 7가지 감정 녹여내
자연 속 정지된 시간을 놓아두다
우고 론디노네의 '세븐 매직 마운틴스'
라스베가스를 닮은 형형색색의 돌덩이들
슬픔과 환희, 고독, 숭고함 등 7가지 감정 녹여내
자연 속 정지된 시간을 놓아두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 장소에서 시간과 언어 그리고, 이미지가 영속적이고 무한하게 축적되는 공간을 조직할수 있는 예술을 좋아한다. “ - 우고 론디노네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우고 론디노네
세계 최대의 환락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남쪽으로 빠져나와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몇 분 정도 달리다 보면, 화려했던 총천연색 간판들이 자취를 감추고, 풍경도 점점 말수가 줄어듦을 느낀다. 그렇게 모르는 사이에 네바다 사막 한복판을 달음질치다 보면, 인간의 의지와 언어는 더 이상 장식할 자리를 찾지 못한다. 그 침묵의 한가운데,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가 돌을 쌓아 올렸다. 바로, ‘세븐 매직 마운틴스(Seven Magic Mountains)’다.
2016년 비영리 단체와 네바다 미술관의 지원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제작 기간만 5년이 걸렸고, 공개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우고 론디노네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사막 한가운데에 놓인 형형색색 돌덩이들은 작가가 일관적으로 추구하는 침묵, 고독, 숭고 등의 주제에 예술적 가치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라스베가스를 닮은 형형색색의 돌덩이들
작품 주변에는 상업적 촬영을 금지한다는 안내판과 작품을 존중해주고, 파손하지 말라는 우고 론디노네의 당부가 적혀 있었다.
모든 생명이 자연의 섭리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사막, 그 무한의 시간에 돌이라는 정지된 시간을 놓아둔 것은 강렬한 대비를 보여줬다. 형광색으로 칠해진 돌들은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위태로운 수직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이 돌들은 자연과 전혀 닮지 않았고, 인위적이면서도 자연을 배반한 돌덩이에 가까웠다. 사막의 색과 지층의 시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질적이고, 인공적이며, 과장된 조형물이었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인간의 개입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세븐 매직 마운틴스는 사막 위에 세운 도시, 라스베가스를 닮았다. 론디노네는 라스베가스의 과잉된 인공성에 맞서 색은 더 인공적으로, 형태는 더 원시적으로, 장소는 더 공허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세븐 매직 마운틴스는 토템적 의미가 담긴 재단이며, 거대한 돌기둥이 하늘을 받치고 있는 신전이며, 명상의 무덤으로 이곳에 터를 잡았다. 예술에 관한 모든 질문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는 네바다 사막처럼 이 작품은 어떤 거창한 의미 부여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관람객 내면에 잠자고 있던 감정을 깨우고, 흔적을 남기게 한다.
자연과 예술의 경계에서 정지된 시간을 선물하다
우고 론디노네가 작품을 존중해달라는 당부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은 트레비 분수에 동전 던지듯 작품의 여백에 굴러다니는 조각돌들을 얹혀놨다. 간혹 그래피티로 훼손된 부분도 보였다. 분명 이 모든 행위가 예술 작품 본연의 의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들이지만, 방문객들이 던진 작은 돌들은 10년간 사막에서 쓸쓸하게 버텨 온 32개의 돌덩이에게 건네는 예술적 간섭으로 보였다.
멈춰있던 시간이 살아있는 추상으로 이행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느낀 슬픔과 환희, 고독과 공존, 유한과 무한 그리고, 숭고함 등의 7가지 감정은 작품이 주는 선물 같았고, 그게 우리의 매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