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쓰고 왔어요"…1020, 팔 걷고 헌혈하러 온 반전 이유 [현장+]
"연차내고 헌혈하러 왔어요"…1020 '우르르' 몰린 이유
그룹 엔하이픈 미공개 포토카드 '증정' 이벤트
헌혈의집 한 켠 엔하이픈 포토존으로 꾸미자
헌혈자 수 238% 증가…생애 첫 헌혈자도 늘어
그룹 엔하이픈 미공개 포토카드 '증정' 이벤트
헌혈의집 한 켠 엔하이픈 포토존으로 꾸미자
헌혈자 수 238% 증가…생애 첫 헌혈자도 늘어
직장인 임송이(26) 씨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헌혈의 집 신촌센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임씨가 7년 만에 헌혈의 집을 방문한 이유는 그룹 엔하이픈의 미공개 포토카드 세트를 받기 위해서였다. 임씨는 "오늘 연차내고 헌혈의 집에 왔다. 그동안 '헌혈하고 싶다'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특전 덕분에 오게 됐다"며 "주변 친구들도 멋있는 덕질이라고 말해준다. 무엇보다 덕질하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봉사·의료 공간서 '덕질 명소'로 변신한 헌혈의 집
헌혈의 집 변화 이면에는 '혈액 수급 부족' 문제가 깔려있다. 이날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혈액 보유량(적혈구제제)은 2만962유닛이었다. 1일 소요량이 5052유닛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1일분 수준으로 보건복지부 권장 혈액 보유량인 5일분에 못 미친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5일분 미만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1월 헌혈자 수 또한 20만명을 채우지 못할 전망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헌혈통계에 따르면 매달 헌혈자 수는 통상 20만명을 넘어왔다. 다만 지난해 1월 최초로 헌혈자 수 20만명대 선이 깨질 정도로 1월 헌혈자 수가 줄고 있다. 지난 2024년 1월 헌혈자 수는 21만4446명에서 지난 2025년 1월 18만8617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날까지 집계된 올해 1월 헌혈자 수 또한 13만8772명으로 20만명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1월의 경우 설 연휴로 인해 헌혈 참여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향이 있었다"며 "올해는 예년보다 독감이 빨리, 장기간 지속되면서 헌혈 참여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엔하이픈 프로모션으로 헌혈자 수 238% '증가'
생애 첫 헌혈자도 늘었다. 엔하이픈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전인 9일에서 13일 동안 세 센터에서 집계된 생애 첫 헌혈자는 30명이었다. 그러나 프로모션 이후 588명으로 증가했다. 헌혈자 증가수인 1071명에서 절반 이상인 54.9%가 생애 첫 헌혈자일 정도로 헌혈 유입이 늘었다.
헌혈의 집 신촌센터 관계자는 "엔하이픈 프로모션을 하기 전에는 하루 헌혈 예약자가 30~40명에 그쳤는데 지금은 100명 정도 된다. 하루에 200명 정도 올 때도 있다"며 "예전에는 대기 시간이 15~20분 넘으면 가셨는데 지금은 1시간 넘게도 기다리시더라"고 말했다.
헌혈의 집 신촌센터 엔하이픈 포토존 에이전시 관계자는 "첫날에는 센터 너머 계단까지 대기줄이 생겼다"며 "사람이 너무 많이 와 현장 대기를 잠시 받지 않기도 했다. 의외로 아버님들이 딸 대신 엔하이픈 굿즈를 받으러 헌혈하러 오시는 분들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딸 대신 엔하이픈 굿즈를 수령하러 온 어머님도 있었다. 이은정(49) 씨는 "20년 만에 헌혈한다"며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헌혈 예약까지 대신해줬다. 오랜만에 신촌에 와서 좋고 젊은 사람들이 헌혈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친구 대신 온 20대도 있었다. 박소은(25) 씨는 "친구 부탁으로 대신 엔하이픈 포토카드를 받으러 왔다"며 "저는 봉사 성과에 적고 친구는 원하는 굿즈를 가질 수 있어서 윈윈이라 흔쾌히 왔다. 요즘 피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 이렇게 헌혈의 집에서 행사하는 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예약 헌혈 '0명' 기록하는 일반 헌혈의 집
헌혈자가 줄어드는 이유로 대한적십자사는 인구 감소를 꼽았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중·장기적으로 수혈이 필요한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헌혈 가능 인구는 점차 감소하는 구조적 요인도 헌혈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내 단체 헌혈이 취소되는 등 헌혈 기회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학교 내 단체 헌혈이 축소되거나 운영 방식이 변화하면서 과거처럼 학교 헌혈버스를 통해 생애 첫 헌혈을 경험하던 학생들이 헌혈을 접할 기회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헌혈 건수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약 279만건에서 2021년 260만건으로 급급감했다. 이후 2022년 265만건, 2023년 278만건, 2024년 286만건으로 3년 연속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헌혈에 1회 이상 참여한 '실인원'은 2022~2024년 133만명에서 126만명으로 줄었다. 헌혈가능인구(16~69세) 중 헌혈에 실제 참여한 이들의 비율인 '실제 국민 헌혈률'은 2014년 4.43%에서 2024년 3.27%로 감소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엔하이픈 프로모션은 단순 기념품 제공에 그치지 않고 포토존 조성 등 헌혈의 집 공간을 활용한 참여 요소를 더해, 팝업 행사처럼 인식돼 젊은 층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