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힐 레이서>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첫 스포츠 영화이자 그가 선댄스 연구소를 만들고자 결심하게 했던 결정적인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파라마운트가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1963년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레드포드가 프로듀서를 맡게 되면서 진행된 이 영화는 1.8백만달러라는 저예산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극악무도한 스튜디오의 횡포를 겪어야만 했다. 레드포드는 이 작품을 계기로 작가·감독의 오리지널리티가 존중받을 수 있는 독립영화 제작과 활성에 주력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결단의 결과물이 선댄스 영화제의 초석인 ‘선댄스 연구소’다. 이러한 맥락에서 로버트 레드포드의 추모 상영으로, 그의 수많은 출연작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다운힐 레이서>를 선택한 것은 그럼에도 적절하고 마땅한 큐레이션으로 보인다.
<다운힐 레이서>는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35미리 필름 버전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눈 덮인 파크 시티에서 알프스의 설경을 배경으로 한 레드포드의 고전을 필름으로 보는 경험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 어느 때 보다도 선댄스의 관객들이 부러운 순간이다.
4. <안티헤로인>, 제임스 홀·에드워드 러브레이스. [프리미어 섹션]
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의 부인이자 밴드 ‘홀’의 리드 보컬 코트니 러브를 중심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그녀가 새 앨범을 준비하고 녹음하는 3년의 과정을 통해 그녀의 음악적 일생과 커트 코베인을 포함한 다양한 음악적 동반자들 그리고 그녀의 영감을 추적하고 조명한다.
이번 다큐멘터리가 흥미로운 것은 코트니 러브처럼 문제적이면서도 그 재능을 충분히 (긴 시간 동안) 인정받은 여성 뮤지션/배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마약과 스캔들 문제에 있어 코트니 러브는 수십, 수백 차례 타블로이드의 커버를 장식했지만 비슷한 사례로 침몰하는 여배우, 여자 뮤지션들과는 달리 활동이 멈춘 바 없었다. 이는 그녀의 강력한 의지와 더불어 무엇보다 그녀에게만큼은 영화와 광고, 혹은 음악 제안이 끊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연 코트니 러브는 동시대에 크고 작은 이슈로 추락했던 수많은 여성 뮤지션들, 배우들과 무엇이 달랐을까. 다큐멘터리 <안티헤로인>은 이 물음에 대한 갖가지 답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커트니 러브의 자백과 독백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모놀로그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