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 잇는 가교 역할했던 안무 거장
서사와 장식적 움직임보다 무대 위 음악과 몸의 관계 집중
120여개 작품 창작, 현재도 90여 발레단서 공연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 속 한 장면. 서울시발레단 제공
'춤의 몬드리안'이라 불리며 현대 발레계에 획을 그은 안무가 한스 판 마넨이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발레의 고전적 어법과 현대적 감성을 결합해 20세기 이후 무용사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절제된 형식 속 인간 관계와 감정의 긴장을 담는 데 탁월한 장기를 발휘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상주 안무가였던 그는 일생동안 120여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세계 90여개 발레단에서는 그의 작품이 여전히 공연되고 있다.
1986년 한스 판 마넨의 모습 / 사진출처. Nationaal Archief
판 마넨은 1973년부터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상주 안무가로 활동하며 레퍼토리 확장에 기여했다가 다시 NDT로 돌아가 2000년대 초반까지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했다. 그의 작품은 고전과 현대를 잇는 필수 레퍼토리로 이름을 올렸으며 전통과 동시대 예술의 가교 역할을 했다. 무용 외에도 사진 작업에도 애정을 보였다. 인체와 움직임에 대한 탐구를 사진을 통해 이어갔다. 많은 업적으로 에라스무스상, 브누아 드 라 당스 평생 공로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에 출연한 발레리나 김지영(왼쪽에서 두번째). 서울시발레단 제공
한국과의 인연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발레리나 김지영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판 마넨 작품의 주요 배역을 맡았다. 김지영은 그의 작품이 요구하는 절제된 테크닉과 음악성, 감정의 밀도를 탁월하게 구현하며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았고, 이는 한국 무용수의 위상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스 판 마넨의 '5 탱고스'에 출연한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최영규(제일 앞쪽). 서울시발레단
최근엔 한스 판 마넨의 작품이 한국 무대에서 많이 소개됐다. 2024년 창단한 서울시발레단은 판 마넨의 주요 작품을 레퍼토리로 올리며 국내 관객에게 그의 미학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특히 '캄머발레(Kammerballett)'와 '5 탱고스' 등은 간결한 구성 속에서 드러나는 긴장감과 음악적 정밀함으로 호평을 받으며 한국 발레계에 현대 레퍼토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캄머발레에서는 김지영이, 5 탱고스에서는 네덜란드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가 객원 댄서로 참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