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파월은 살렸고, 오라클은 망쳤다…둘로 찢어진 시장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덜 매파적인 파월…떨어진 금리, 오르는 주식
어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긍정적이었습니다. 성명서에 1월 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문구가 들어가는 등 매파적 인하가 이뤄졌지만,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은 그렇게 매파적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Fed는 이번 주부터 월 400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 매입(돈 풀기)에 들어갑니다.
18일 공개될 11월 소비자물가(CPI)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RBC캐피털마켓츠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면 Fed 내부의 반대 의견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가 어제 FOMC 결과가 나온 직후 실시한 월가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52명 중 71%가 Fed의 이번 조치가 향후 인플레이션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쏟아지는 국채가 채권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도 낮아졌죠. 파이퍼샌들러의 스티븐 블리츠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Fed와 미 재무부의 대차대조표는 사실상 하나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원한 것은 값싼 자금 조달, 즉 (금리가 낮은) 단기 국채를 찍어내고 장기물 발행은 줄인 것이다. 그런데 Fed는 단기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돈 풀기로 인해) 2026년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이유에 이를 추가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월가는 이번 자산 매입을 가벼운 QE(QE-light), QE의 아들(son of QE)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가벼운 시작은 통상 진짜 QE로 이어지곤 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매입 대상에 3년물 매입이 포함되면서 (금리 하락으로) 단기 국채 투자자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Fed가 단기 국채 투자자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판단하면 매입 대상을 단기 국채에서 중장기 쿠폰(중장기 채권)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관측했습니다.
미국 채권 금리 하락에는 일본 채권 시장 안정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본 국채 20년물 경매에서 응찰률은 4.1배로 나타나 12개월 평균 3.28배보다 높았습니다. 수익률이 상승하자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죠. 이에 따라 벤치마크 국채인 10년물 수익률은 2.9bp 하락한 1.926%로 거대를 마쳤습니다. 지난 9일 2% 목전까지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안정된 것입니다.
미국 국채 수요도 나쁘지 않습니다. 오늘 30년물 경매(220억 달러)에서는 발행 금리가 4.773%로 발행 당시 시장 금리 4.774%보다 0.1bp 낮게 결정됐습니다. 응찰률은 2.36배로 지난달(2.29배)보다 높았고, 최근 6개월 평균과 같았습니다.
다만 장기 금리가 단기물보다 덜 떨어지면서 수익률 곡선, 즉 10년물과 2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60bp를 다시 넘어섰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 강한 성장 기대 등이 반영된 것입니다.
2. 우려 잠재우지 못한 오라클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혼조세로 출발했습니다. 경기민감주, 가치주 중심의 다우는 소폭 상승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0.8%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나스닥의 하락 폭은 오전 10시께 1.5%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오라클이 최대 17% 폭락하고, 엔비디아 등 다른 AI 주식들도 동반 하락한 탓입니다.
▶수주 잔액(RPO)은 한 분기 만에 680억 달러 늘어나 523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2027년 회계연도(~내년 5월) 클라우드 매출 가이던스는 40억 달러를 높여 890억 달러로 발표했습니다.
▶고객사가 자체 칩을 가져와 데이터센터에 설치하거나, 임대한 칩을 쓰는 등 여러 가지 옵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요. 그러면 차입 금액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적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분기 자본지출은 120억 달러로 월가 컨센서스보다 40억 달러나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분기 매출, 데이터센터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예상에 미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2분기 100억 달러의 현금을 소진했습니다. 월가 예상보다 50억 달러가 많습니다. 현금흐름은 지난 12개월 동안 130억 달러 감소했습니다.
▶2026 회계연도 자본지출을 150억 달러나 높인 500억 달러로 예상했습니다.
이미 약 1060억 달러의 부채를 가진 오라클의 막대한 자본지출은 재무 부담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부채가 29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뛰면서 140bp에 달한 배경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매수, 368달러→300달러)는 "오라클은 AI 인프라 구축의 가장 무거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으며, 3분기 실적은 인프라 구축 지출과 매출 전환 사이의 ‘타이밍 불일치’를 보여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모건스탠리(중립, 320달러 유지)는 "클라우드 성장률이 예상치 하단에 머물고 총마진과 영업이익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면서, 오라클이 대규모의 성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신뢰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주가에 뚜렷한 상승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바이탈날리지는 현재 AI 주식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AI 주식들은 얼마 전까지 전체가 하나로 묶여서 랠리 했는데 그런 흐름은 지난 11월 알파벳의 제미나이 3 및 TPU 판매 발표, 이로 인해 촉발된 오픈AI에 대한 불안으로 사실상 영구적으로 깨졌다. 지금은 더 이상 'AI 버블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내 여러 조각, 여러 동맹 간에 균열이 생기는 세계가 됐고 이른바 구글 동맹(Google Alliance)과 오픈AI 동맹(OpenAI Alliance)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형태가 됐다"라는 겁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 1.95달러 vs. 예상 1.87달러
▶매출 : 180억2000만 달러 vs. 예상 174억5000만 달러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8% 증가했으며, 이는 AI 칩 판매가 74% 급성장한 데 따른 것입니다. 브로드컴은 다음 1분기 매출도 28% 증가한 약 191억 달러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 183억 달러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1분기 AI 매출은 82억 달러로 예상했는데, 역시 시장 예상치인 69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시간 외 거래에서 오후 6시께 주가는 5% 안팎 하락했습니다. 혹 탄 CEO는 향후 6분기 동안 출하될 AI 제품 수주 잔고가 73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일부 투자자들은 실망했습니다. 이는 엔비디아의 5000억 달러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입니다. 또 주가 하락은 지난 4월 해방의 날 충격 때 기록한 52주 신저가에서 주가가 3배나 올랐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3. 오픈 AI의 반격…알파벳 급락
시간이 흐르면서 AI 주식들도 하락 폭을 조금 줄였습니다.
오픈AI가 디즈니와 협업하기로 한 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픈AI는 디즈니의 200여 개 캐릭터를 쓸 수 있게 됐고요. 사용자들은 이를 '소라'와 챗GPT 등을 통해 AI 동영상·이미지 제작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는 이렇게 소라로 만든 영상 중 일부를 디즈니+ 등에서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디즈니는 또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일부 주식매수권도 얻게 됩니다. 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는 오픈AI의 성장세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샘 올트먼과 그의 팀이 만들어내는 것에 참여하고 싶다. 이것이 좋은 투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안도 오늘 자체 AI 칩과 자율주행 기능 '오토노미+'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리비안은 이 자체 AI 칩이 현재 리비안 차량에 탑재된 엔비디아 칩보다 4배 빠르다고 밝혔습니다. (완전 자율주행은 아닌) 오토노미+ 서비스는 일시불 2500달러 혹은 월 49.99달러 구독료를 내고 쓸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FSD) 프로그램에 대해 받는 돈(일시불 8000달러, 혹은 월 99달러 구독료)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그런데 이런 발표는 엔비디아, 테슬라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리비안의 주가는 6% 넘게 하락했습니다.
4. 다우, 러셀 신기록 vs 나스닥은 하락
오후 4시 다우는 1.34%, 러셀2000 지수는 1.21% 급등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21%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S&P500 지수는 6901.00으로 마감해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고요. 다우와 러셀2000도 기록 행진에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나스닥은 0.26% 떨어졌습니다. 시장이 완전히 이분화한 것이죠. 그리고 AI 주식 내에서도 엇갈리고요.
엔비디아는 1.55%, 브로드컴은 1.60%, 마이크론이 1.99% 내리는 등 반도체 주식들은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일라이릴리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극적인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힌 뒤 1.58% 상승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