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 13배 큰 美보다 낮아
"고령화에 구조개혁 지연된 탓"
'내년 반등' 꾀하는 정부 고심
한국의 내년도 잠재성장률이 1.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처음으로 2% 밑으로 내려온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가파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을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으로 제시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3일 OECD 최신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내년 잠재성장률은 1.71%로 제시됐다. 올해 1.92%인 잠재성장률이 1년 새 0.2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행 등 국내 기관이 추정한 잠재성장률(약 1.8%)보다 낮은 수준이다.
내년 잠재성장률 순위도 41개국 중 24위로 밀릴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호주(2.09%), 스페인(1.94%)은 물론 경제 규모가 13배 가까이 큰 미국(2.03%)에도 뒤처졌다. 2023년 16위였던 잠재성장률 순위는 2027년에는 25위로 내려앉을 것으로 OECD는 봤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 자본,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저출생·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한 가운데 노동·교육 등 주요 분야 구조개혁이 지연되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OECD의 한국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새 경제전망이 발표될 때마다 내려가고 있다. 작년 말에는 올해 2.02%, 내년 1.98%로 제시해 성장 잠재력이 당분간 2%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6월에 올해 1.94%, 내년 1.88%를 제시해 2%대 붕괴를 알렸고, 이번 보고서에서 이를 각각 0.02%포인트, 0.17%포인트 추가로 낮췄다. OECD가 이번 보고서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2027년 잠재성장률은 1.57%였다.
통상 경제 규모가 커지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지만 한국은 유독 하락 속도가 빠르다는 게 문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6년 2.94%에서 내년 1.71%로 10년 새 1.2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생산(GDP)이 1조달러가 넘는 14개국 중 정세 불안이 심각한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0.94%포인트)와 프랑스(0.29%포인트) 등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렸고 네덜란드(-0.07%포인트), 호주(-0.23%포인트), 미국(-0.27%포인트) 등은 잠재성장률이 하락했지만 한국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OECD는 보고서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연공서열에서 성과 기반으로의 임금체계 전환 등 구조개혁을 권고했다. 또 “무역 및 외국인직접투자(FDI) 장벽을 낮추고 국가 개입이 많은 부문을 개방하는 등의 규제개혁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내년을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규제, 금융, 공공, 연금, 교육, 노동 등 6개 분야의 구조개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강진규 기자는 한국경제에서 증권가와 금융당국을 취재합니다. 최근 '진격의 증권산업', '투자대가 긴급 시장진단' 등의 기획 기사 작성을 주도했습니다. 올 초 급등한 코스피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5천피로 후퇴하는 모습, 그리고 다시 반등해 9천피를 달성하는 과정 등 시장의 상황을 발빠르게 전하고 있습니다.
2013년 입사해 생활경제부에서 4년 간 유통·식품 산업 전반을 취재했고, 경제부에서 6년 간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국무총리실, 한국은행 등을 담당했습니다. 네이버와의 합작회사(아그로플러스)를 설립해 네이버 FARM판을 운영한 경험도 있습니다.
서울대 농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2020년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해 경제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 연재코너로는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