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의 아킬레스건은 육상 ⸱ 수영 등 기초종목이다. 수영은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물꼬를 텄다. 그러나 육상, 특히 달리기 종목은 언감생심이었던 차, 지난여름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 보훔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4백 미터 계주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거머쥔 것. 개인이 아닌 팀이라는 점이 특히 돋보였다. 이어달리기에서의 관건은 주지하다시피 바통터치. 오페라 역사에서는 바로크 시대와 고전주의 시대의 이음매 역할을 한 이가 바로 글루크다.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Christoph Willibald Gluck, 1714~1787, 獨). 화려한 기교 중심인 바로크 오페라를 매듭짓고, 드라마와 음악의 일체, 단순성과 감정 표현을 추구한 인물이다. 이른바 ‘개혁 오페라(Reform Opera)’ 운동을 주도해 모차르트 ⸱ 베토벤 ⸱ 바그너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는 단순하고 명료한 선율을 바탕으로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조화, 관현악의 적극적 활용을 추구했다. 합창과 발레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도모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 / 출처. 독일위키피디아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 / 출처. 독일위키피디아
대표작은 48세이던 1762년 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체가 뱀에 물려 죽자, 사랑의 신 에로스는 오르페오에게 지하 세계로 내려가 에우리디체를 데려오게끔 기회를 준다. 단, 지상에 오기 전까지 그녀를 바라보거나 이유를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게 조건. 에우리디체는 역시나, 사랑한다는 말도 안 하고 자신의 얼굴을 돌아보지도 않는 오르페오를 향해 격노하고, 오르페오는 노파심에 결국 아내의 얼굴을 보고야 만다. 에우리디체의 두 번째 죽음. 신화는 여기서 끝나지만, 오페라는 해피엔딩을 지향해 오르페오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감복한 에로스가 둘을 결합해 주며 매조진다.

에우리디체가 부질없이 다시 죽었을 때 절망과 비탄에 빠진 오르페오가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가 있다.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사나(Che faro senza Euridice)’

[메조소프라노 재닛 베이커가 부르는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사나']


에우리디체 없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당신 없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에우리디체여, 신이여, 제발 대답해 주오/나는 여전히 그대만 생각하고 사랑한다오/에우리디체! 아, 이제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도, 목소리도 들을 수도 없구나!


흥미로운 지점이 둘 있다. 하나는. 절절한 가사에도 불구하고 막상 곡 분위기는 그다지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그저 담담히 전개될 뿐이다. 대본 작가 칼차비기(Ranieri de’ Calzabigi, 1714~1795, 伊)와 관련이 있다. 1760년대 빈에서 동갑내기 글루크와 만나 의기투합한 그는 이른바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 정격 오페라)의 습속, 즉 복잡한 줄거리 ⸱ 과장된 인물 설정 ⸱ 성악가의 기교 과시 등을 비판하고, 단순하면서도 극적으로 설득력 있는 오페라를 지향했다. 글루크는 이에 화답해 아리아의 방향성을 단순 서정미의 정서를 담은 쪽으로 만들었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현대적 해석이 빛났던 2018년 미국 플로리다 그랜드 오페라좌 공연 모습 / 출처. 독일 위키피디아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현대적 해석이 빛났던 2018년 미국 플로리다 그랜드 오페라좌 공연 모습 / 출처. 독일 위키피디아
다른 하나는 카스트라토의 주인공 역할이다. 카스트라토(Castrato)는 사춘기 이전 소년의 국부를 거세해 여성 음역을 노래하게 한 가수를 뜻한다. 바로크 시대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유행했으며 대개는 극적 영웅이나 신적인 존재 역할이 주어졌다. 오르페오 역이 대표적인 카스트라토의 몫이다. 글루크의 이 오페라 초연에도 가에타노 과다니(Gaetano Guadagni)라는 이름의 카스트라토가 활약했다. 오늘날에는 그러나, 대개 메조소프라노가 남장을 하고 오르페오를 맡는 게 보통이다.

영국의 메조소프라노 재닛 베이커(Janet Baker, 1933~ )의 연주가 글루크 ⸱ 칼차비기의 정신에 꼭 들어맞는다. 질박하고 신중하다. 고귀하고 사색적이다. 성량이나 기교보다는 섬세하고 내면적인 해석, 가사의 의미 전달에 집중하는 스타일. 별명이 ‘지적(知的)인 성악가’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까지 주로 활동했으며, 1976년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데임(Dame) 기사 작위를 받았다. 헨델 ⸱ 몬테베르디 ⸱ 글루크 등 바로크와 전기 고전주의 레퍼토리에 특히 강점이 있던 베이커는 말년에는 음악 관련 저술 활동에 힘썼다. 제1세대의 3대 메조소프라노는 보통 마릴린 혼(Marilyn Horne, 1934~, 美), 크리스타 루트비히(Christa Ludwig, 1928~2021, 獨) 그리고 재닛 베이커로 압축된다.
메조소프라노 재닛 베이커 / 출처. 위키피디아
메조소프라노 재닛 베이커 / 출처. 위키피디아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