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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사람들이 금에 열광하는 이유는?
최근 금값의 변화가 심상찮다. 금 1그램 가격이 지난 10월17일 19만9000원으로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에도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를 주기는 커녕 상당한 보관 비용이 드는 금의 가치가 상승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살펴보자.
최근 금값이 급등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전쟁이 촉발되자, 러시아 외환보유고의 약 절반에 이르는 3000억 달러가 동결되었다. 동결된 자산 대부분은 러시아가 해외 금융기관, 특히 유럽의 예탁결제 기관에 예치한 유가증권(미국 및 유럽 채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러시아처럼, 미래에 미국이나 유럽과 갈등 가능성이 높은 나라 입장에서 외환보유고 대부분을 달러나 유로 등으로 운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3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의 당국의 변화가 금값의 폭발적인 상승을 유발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2013년 약 1조3000억 달러로 정점을 기록한 뒤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이후 2022년 이후 감소세가 가속화되어 절반 가까이 축소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은 자산인 미국 국채를 대체할 자산은 금 뿐이다. 지난 11월 7일, 중국 인민은행은 10월 말 기준 금 보유액이 2972억 달러(7409만 온스)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 영향으로 전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2025년 3분기에만 220톤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올 정도다.
달러 약세 위험을 헷지할 수단이 없다!
< 미국 단기 국채금리(붉은선, 좌축) vs. 미국 달러 가치(파란선, 우축) >
중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노력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저하도 금값 상승을 유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약세를 유도할 목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특히 2026년 5월 파월 의장의 임기가 종료된 뒤에는 더욱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기대 높다 보니, 달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2025년 9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시한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8% 그리고 근원 인플레율이 2.6%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정책금리 3.75~4.00%는 매우 완화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임명한 스티브 마이런 연준 이사가 2026년 말 정책금리가 2.50~2.74% 레벨이 적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달러 가치가 현 수준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따라서 투자자들로서는 미국 달러의 약세가 가져올 다양한 파급 효과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달러 약세 위험을 헷지할 수단을 마땅히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달러 약세가 출현할 때 일본 엔화 자산에 투자하면 되었지만, 2012년 말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를 계기로 만성적인 엔화 약세가 출현한 것이 문제다.
더 나아가 영국 파운드화는 2022년 말 발생한 국채 파동을 계기로 ‘신흥국 통화’ 수준으로 인식이 떨어지고 말았다. 유로화는 더욱 선택하기 어렵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연금 개시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개혁을 중단하는 등 ‘복지중독’ 증세를 완화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선택인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달러 자산을 잔뜩 보유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금이나 스위스 프랑 같은 극히 일부의 자산 외에는 마땅한 헷지 수단을 갖지 못한 셈이다. 만일 현재와 같은 정책 여건이 이어진다면, 금값의 상승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물 금을 매매하는 데 따르는 높은 비용을 감하면 'KRX 금현물' 혹은 미국의 IAU 같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