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영원한 '위시'…까르띠에 '러브' 뭐가 다르길래 [민은미의 파인주얼리]
"새로운 사랑이 다가왔다"
지난해 까르띠에 러브 팔찌 신제품
'구속'에 출발한 '러브 컬렉션'
새 기술 적용해 21세기식 변주
지난해 까르띠에 러브 팔찌 신제품
'구속'에 출발한 '러브 컬렉션'
새 기술 적용해 21세기식 변주
하지만 사랑의 표식으로 대중의 마음에 강력하게 각인된 것은 드물다. 그 드문 존재 중 하나가 까르띠에 '러브 컬렉션'(Love Collection)이다. 1969년 뉴욕에서 시작된 금속 원형의 팔찌는 영원히 결속하는 사랑을 의미한다. 사랑의 지속을 향한 인간의 갈망을 담아.
사랑을 정의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달랐다. 어떤 시대엔 그것이 소유였고, 또 어떤 시대엔 자유였다. 그러나 본질은 하나다. 서로를 묶되 그 안에서 더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욕망.
까르띠에 러브 컬렉션은 바로 그런 역설 위에서 탄생한 상징물이었다. 까르띠에는 '러브'의 원형 위에 유연한 곡선과 움직임을 더해 새로운 사랑, ‘러브 언리미티드’(Love Unlimited)를 선보였다. 영원함은 유연한 곡선처럼 흐름과 연결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러브의 다음 챕터다.
사랑을 나사로 잠그다
이탈리아 출신 주얼리 디자이너 알도 치풀로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착용할 수 없는 팔찌를 만들었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그는 실연의 아픔을 겪은 뒤 1969년 어느 날 새벽 3시경 불면증 상태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전해진다. 당시 그는 34살의 젊은 나이였다.그는 팔찌 디자인에 화려한 문양 대신 단단한 산업용 나사를 택했다. 나사 모양이 팔찌에 그대로 박혔다. 팔찌 밖으로 드러난 금속 표면은 독창적이고 솔직했다. 그 팔찌는 전용 드라이버로만 조이거나 풀 수 있었다.
연인들은 이 팔찌를 서로의 팔목에 채워주는 의식으로 헌신적인 사랑을 확인하고 그것을 모두에게 보여준다. 러브 브레이슬릿은 치풀로에겐 결국 사랑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가장 완벽한 구조물이었다. 이후 러브 브레이슬릿은 간결한 디자인과 나사 모티프 덕분에 남녀 모두에게 어울리는 젠더리스 스타일의 아이콘이 되었다.
세대를 잇는 디자인 코드
알도 치풀로가 뉴욕에서 만든 스크루 모티브의 브레이슬릿은 ‘까르띠에 러브’로 진화하게 된다. 러브 브레이슬릿은 팔찌에서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으로 확장됐다. 특히 반지는 오늘날 결혼 예물과 커플링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으며 상징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예물을 선택할 때 '러브 링'(Love Ring)은 필수 고려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러브 링은 단독으로 착용해도 충분한 존재감을 지니지만 브레이슬릿·네크리스·워치 등과 함께 매치할 때 더 완성된 하모니를 보여준다.
유연한 사랑의 재정의 '러브 언리미티드'
2025년 가을 까르띠에는 러브 컬렉션에 새로운 피스를 선보였다. 바로 ‘러브 언리미티드’다. 이 컬렉션은 기존 러브의 스크루 모티프를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더욱 유연하고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제안한다.가장 큰 특징은 팔찌의 유연한 몸체다. 200여 개의 작은 부품을 조합해 부품 하나하나가 물결이 스치는 듯한 느낌으로 밀착해 손목을 감싼다. 손목 위에 팔찌가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200여 개의 각 면은 빛에 따라 각각 다른 결의 조화를 만들어 낸다.
러브 언리미티드 팔찌는 드라이버가 없다. 기존의 러브 브레이슬릿에 잠금 드라이버가 필요했던 것과 다른 점이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잠금장치가 있어 탈착을 쉽게 한다. 특허 설계된 클라스프(Clasp·잠금장치)로 미학적인 디자인과 함께 보안성을 확보했다.
까르띠에가 새로운 러브를 대하는 방식
러브 언리미티드는 이름 그대로 스타일링에 제한이 없다. 기존 러브 시리즈보다 유연성이 높아지면서 스타일링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새로운 제품은 단독·혼합·연결의 세 가지 스타일링을 염두에 두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팔찌나 반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러브 브레이슬릿과 함께 레이어드하거나 언리미티드 팔찌 서로를 연결하면 사랑의 형태는 무한대로 확장되는 듯한 감각을 준다.
스크루 모티프가 박힌 첫 번째 러브 브레이슬릿이 ‘영원히 잠그는 사랑’의 상징이었다면 러브 언리미티드는 잠금을 넘어서 열림과 흐름을 말한다. 나사와 드라이버가 필요했던 시대를 지나 러브는 서로 이어지거나 함께 나눌 수 있는 형태로 나아갔다. 사랑의 형태는 주얼리처럼 아름답게 변한다. 그래서 러브 언리미티드는 감정과 시간 그리고 관계의 유연성을 담은 움직이는 사랑의 조형물이다. 이제 사랑은 단독일 수도, 둘일 수도, 또 연결된 다수일 수도 있다.
민은미 칼럼니스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