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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루이비통·보테가베네타의 공통점…진짜 명품의 필수조건 [이윤경의 럭셔리코드]
아디다스 손잡고 대중성 추구한 구찌
다카시와 협업제품 다시 내놓은 루이비통
'야누스의 시선' 전통과 혁신 두 얼굴의 지혜
과거 존중하면서 미래 설계하는 혜안 필요해
다카시와 협업제품 다시 내놓은 루이비통
'야누스의 시선' 전통과 혁신 두 얼굴의 지혜
과거 존중하면서 미래 설계하는 혜안 필요해
로마의 거리를 걸을 때면 이 야누스의 시선이 도시에 깃들어 있음을 느낀다. 고대의 폐허와 현대의 디자인, 천년 바람에 닳은 대리석의 질감 위에 반사되는 모던한 유리의 결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바티칸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금속 구체인 이탈리아 조각가 아르날도 포모도로의 '천체 안의 천체'는 그 상징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수천 년 된 석조 벽 사이에서 황금빛 구체가 반짝이며 회전할 때 로마는 ‘영원한 도시’이면서도 ‘미래를 실험하는 도시’가 된다.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행보를 보면 이 야누스적 시선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구찌가 아디다스와 손잡고 구찌 특유의 클래식한 GG 모노그램과 대중적인 스포츠 로고를 결합했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전통의 상징 같던 하이엔드 브랜드가 젊은 세대의 ‘핫한 코드’로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협업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유산의 현대화(現代化)'다.
루이비통은 20여년 전 세계적 화제를 모았던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 제품을 다시 내놨다. 그때와 다른 것은 시대다. 'Y2K 복고'라는 트렌드의 한가운데서 그들이 만든 컬러풀한 모노그램은 이제 '뉴 클래식'이 된 것이다. 보테가베네타의 '더 낫(The Knot)'도 1970년대 디자인을 바탕으로 매 시즌 다른 소재와 구조로 변주한다. MZ세대의 미니멀한 취향 속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이제 럭셔리의 성공은 단지 '유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유산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MZ세대의 감성을 읽어내되 거기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대담하게 변주하되 그 중심에는 언제나 브랜드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로마의 야누스는 두 얼굴로 세상을 본다. 하나는 전통을, 하나는 혁신을 향한다. 그리고 그 두 시선이 한 축에서 만나 균형을 이룰 때 브랜드는 유행을 넘어 시대의 상징이 된다.
럭셔리의 혜안이란 결국 과거를 존중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트렌드를 향한 한쪽 눈과 본질을 응시하는 다른 눈, 그 두 눈이 함께 깨어 있을 때 브랜드는 시간의 강을 건너도 절대 낡지 않는다.
2026년의 트렌드 키워드가 알고리즘을 통해 수도 없이 강요되는 계절이 왔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뿌리 약한 나무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다.
이윤경 럭셔리인사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