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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리모와·불가리의 공통점이 있다고? [이윤경의 럭셔리코드]
위기 속에서 태어난 명품 브랜드
효율의 시대, 잃어버린 느림의 미학
샤넬 같은 명품 만들고 싶은 창업자들
위기 때 '가치' 되새긴 회복력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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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에 반짝이는 눈빛을 보면서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요즘 세상에 샤넬·루이비통·불가리 등을 창업했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심사에서 탈락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핸드메이드로 여행가방을 만들고 싶습니다."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파리의 부르주아 몇 명 정도요."
"인공지능(AI) 기술은 쓰이나요?"
"아니요. 장인이 손으로 만듭니다."
"죄송합니다.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안 나올 거 같네요."
이렇게 거절당하며 면접은 끝나지 않을까.
이후 노숙 생활을 하며 잡일로 생계를 유지했다. 파리엔 걸어서 2년 만에 도착했다. 귀족들의 여행 짐을 싸는 일을 하면서 실력과 감각을 인정받아 고생 끝에 자신의 매장을 오픈한 것이 사업의 시작이다. 운도 없어 곧 전쟁이 터지고 공방이 불타면서 가진 것을 모두 잃었다. 그는 맨손으로 다시 사업을 일궜다. 큰 전쟁에 따른 세 번의 사업 실패, 한 번의 파산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자기 손을 믿었다.
여행 캐리어 브랜드로 유명한 리모와의 창립자 파울 모르스체크도 비슷한 인생 여정을 보였다. 공장이 화재로 전소했을 때 그는 불탄 잿더미 속에서 알루미늄만 손상 없이 멀쩡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요즘 세상 같으면 사업을 정리하고 업종을 바꿨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잿더미 속에서 브랜드의 미래를 봤다. 불 속에서 태어난 금속 트렁크는 극한의 온도와 충격에도 끄떡없는 여행 캐리어의 상징이 되었다. 125년간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내구성과 혁신의 기준이 될 수 있었다.
이 세 명의 창업가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견디는 시간이 허락됐다는 점이다.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시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유, 그 느림이 허락되던 시대였다.
지금은 빠름이 미덕이 된 세상이다. 효율이 곧 정의고, 리스크는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된다. 느리게 굳어가는 장인의 손놀림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알고리즘이 더 존중받는다. 요즘 세대는 "샤넬 같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말은 쉽게 하지만, 그들이 샤넬처럼 세 번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 생각하긴 어렵다. 현대의 창업자들은 성공의 시나리오를 준비하지만, 실패의 시나리오는 상정하지 않는다.
화려함은 나중의 보상이다. 럭셔리는 '무너지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이윤경 럭셔리인사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