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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17분. 한 아이가 한 곳을 응시하며 양팔을 벌린 채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같은 시간 다른 집 아이도 무언가에 홀린 듯 같은 포즈로 어딘가를 향해 돌진한다. 그렇게 한날한시, 열 일곱명의 아이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던 단 한 소년을 제외하고 말이다.

<웨폰>은 2022년, <바바리안>으로 호러 장르의 일대 변혁을 몰고 온 잭 크레거 감독의 두 번째 (솔로) 연출작이다. 전작 <바바리안>이 에어비엔비로 구한 집에 서식하는 한 존재로 인해 수난을 당하게 되는 외부인/여행객을 그리는 공포영화라면 <웨폰>은 몇 십년 만에 조카 부부를 방문하는 고모할머니가 마을에 내리는 저주를 그리는 영화다. 피해자든 가해자든, 이 두 작품에서 ‘외부인’이라는 존재는 중추적이고 의미심장하다.
영화 <웨폰> 스틸컷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 <웨폰> 스틸컷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웨폰>은 위에 언급한 대로, 한 마을의 대형 (아동) 실종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영화는 사건과 관계가 있는 다섯명의 인물의 시점을 통해 다섯 개 이야기로 구성된다. 실종 사건과 가장 밀착되어 있는 동시에 가장 큰 의심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담임 저스틴(줄리아 가너)은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출근도 하지 못한 채 보드카로 연명하며 살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경찰과 교장의 만류에도 스스로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경찰도, 저스틴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즘, 학교의 교장 마커스(베네딕트 왕)가 사라진 아이들과 똑같은 포즈와 상태로 기행을 저지르다가 죽음을 맞는다. 동시에 저스틴은 아이들이 없어진 사건에 유일하게 실종되지 않은 아이, 알렉스가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늘 우울한 아이 알렉스, 그리고 그의 엄마 아빠를 찾아온 기이한 외모의 고모 글래이디스(에이미 마디건)가 아이들의 실종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한 밤 한 시에 (자발적으로) 사라진다는 기막힌 설정과 함께 <웨폰>은 한 치의 빈틈도 있는 이야기 구성을 가지고 있다. 가령 영화는 사건으로 가장 고통받는 인물, 저스틴으로부터 시작해 그녀의 옛 애인, 폴을 거쳐 사실상 사건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동네 좀도둑, 제임스를 통해 점차적으로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종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가 드러나기까지는 무려 한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기다려야 하지만 실로 이 부분 역시 짜릿하고 놀라운 순간의 연속이다.
영화 <웨폰> 스틸컷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 <웨폰> 스틸컷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이야기의 영리한 전개와는 별개로 다소 긴 영화의 서두를 즐길만하게 하는 요소는 감독이 심어놓은 갖가지 메타포와 아이콘들이다. 예를 들어 실종 아이 중 한 명의 아버지인 ‘아처’(조쉬 브롤린: 이 영화의 제작으로도 참여했다)가 아이가 집을 뛰어나가는 현장을 꿈속에서 목도하게 하는 시퀜스에서 아이가 사라진 지점의 하늘 위로 희미한 그림이 중첩된다. 마치 별자리 그림을 연상하게 하는 이 일러스트는 사실상 기관총을 스케치한 것이다. 기관총 위에는 아이들이 사라진 시간 2:17이 쓰여 있고 이 숫자, 2:17은 사라진 아이들 17명을 암시한다. 동시에 감독에 따르면 이는 <샤이닝> (스탠리 큐브릭, 1980) 에서 미쳐버린 아버지에 의한 가족 학살이 배태되는 방, 217호를 상징하는 방이기도 하다.

또한 감독 크레거가 의도했던 아니던, 총기소지의 합법화를 막을 수 있었던 의원 투표에서 총기소지 불법화 반대 217표로 총기소지가 합법화된 사건을 떠돌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즉, <웨폰>은 (제목이 직시하듯) 콜럼바인을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났던 학교 총기 사건을 환유하는 영화다. 알 수 없는 능력과 주술로 사람들을 최면에 빠지게 하는 고모, 그리고 그녀가 아이들을 통해 젊음을 되찾고자 한다는 설정 등은 지극히 오컬트적인 이야기적 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감독은 사회적인 은유와 지극히 장르적인 설정을 굳이 연결 지으려 하지 않는다. 실종 사건의 배후인 고모의 형상이 끔찍한 헤어 스타일을 가진 백인 남성 (트럼프를 연상하게 하는) 이었다면 그것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풍자 코미디이거나 뻔한 호러극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웨폰> 스틸컷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 <웨폰> 스틸컷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적어도 <바바리안>과 <웨폰>, 두 작품으로 보자면 잭 크레거는 코미디 배우, 혹은 스케치 코미디언이라는 매우 이질적인 이력을 넘어 2020년대 이후의 호러 장르를 대표할 감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랬거나. 결론은 호러 팬들이 환대할만한 또 다른 아티스트가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멈추지 않는 호러 장르의 진화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영화 <웨폰>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