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에 노출되어야" "소행성 충돌해야 하락"…월가의 강세장 확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줄줄이 초대형 AI 투자 발표…거품 우려는 여전
전날 장 마감 뒤 오픈AI는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함께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설인 텍사스 데이터센터 공사 현장을 공개했습니다. 이 시설은 2026년 하반기에 가동될 예정입니다. 오픈AI는 또 미국 전역에 5개의 새로운 데이터센터 부지를 발표했습니다. 회사 측은 현재 주간 사용자가 7억 명이 넘는 챗GPT에 대한 폭발적 수요를 채우려면 20기가와트(GW) 규모의 컴퓨팅 용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1GW당 건설비용은 약 50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뜻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임원은 수요가 결국 100GW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는 5조 달러 규모에 해당한다"라고 썼습니다.
뉴욕 증시는 엔비디아와 같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0.2% 안팎의 상승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엔비디아가 마이너스로 전환하던 오전 11시 30분께 역시 내림세로 떨어졌습니다.
2. "주가 꽤 높다" 불안도 가중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보인 근본적 배경에는 높은 밸류에이션이 있습니다. 어제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주가가 꽤 높게 평가되어 있다”라고 할 정도로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높아졌습니다.
유명 투자자 마크 미네르비니는 "이 시장은 점점 1999년 초반 같아지고 있다. 1999년은 나스닥에서 역사상 가장 큰 랠리 중 하나가 있었다. 그때도 지수는 몇 개 종목에 의해 끌어올려졌다. 하지만 그 이후 시장은 그렇게 예쁘지 않았다. 나는 늘 일찍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다. 부진했던 소형주, 중형주 등으로 순환매가 일어나서 강세장이 더 이어지길 바란다. 항상 최선을 기대하지만, 최악에 대비한다"라고 말했습니다.
3. "거품될 가능성…주식 사야"
월가에서는 이런 부정적 시각을 반박하는 주장들이 많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개 가치평가 지표(후행 P/E, 선행 P/E, 쉴러 P/E, 주가순자산비율 등)를 사용해서 주가가 비싼지 평가하는데요. 현재 20개 지표 중 19개에서 비싼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시가총액 대 GDP, 주가순자산비율, 주가 대 영업현금흐름, 기업가치 대 매출 등의 지표는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설립자는 파월의 말이 과거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며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린스펀 의장은 1996년 12월 증시 상황을 표현하면서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연설 직후 증시는 아주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금세 반등해서 닷컴버블이 본격화했지요. 나스닥은 1996년 말 약 1300→2000년 3월 약 5000까지 폭등했습니다.
노무라는 (그 어려운) 강세장을 지속하기 위한 모든 바늘이 꿰어졌다고 밝혔습니다. ▲Fed의 비둘기파적 전환(pivot) ▲부양적 재정 정책과 대규모 재정적자 ▲어느 때보다 부유한 상류 소비층 ▲완화적 금융 여건 ▲여전히 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명목 GDP ▲이를 뒷받침하는 소비자 ‘기적’ 등 강세장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이 다 만들어졌다는 얘기입니다. 찰리 맥엘리엇 전략가는 "그 결과 “AI 효과를 등에 업은 빅테크가 증시의 핵심 테마로 실적 회복세를 이끌고 있으며, 이는 투자심리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기업들의)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여력이 유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칼슨그룹의 라이언 디트릭 전략가는 "많은 사람이 주식 밸류에이션이 '높다'라고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증시 움직임을 분석하면 P/E 배수와 S&P500 지수는 사실상 상관관계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4. 기관, 개인, 외국인 모두 주식 많다
일부에선 강세장이 지속하면서 기관, 외국인, 개인 등 투자자들이 주식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향후 매수세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Fed가 발표한 2분기 금융 계좌 보고서를 보면 가계는 2분기 말 기준 51조5000억 달러의 주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가계 전체 금융자산의 50.5%에 해당하는 역대 최고치입니다. 200년 닷컴버블이 정점일 때 기록했던 45.2%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5. 괜찮은 경제 지표…올라가는 금리
경제 데이터는 좋았습니다.
신규 주택 판매는 8월 한 달 동안 20.5% 급증했습니다. 2022년 8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입니다. 모기지 금리가 7, 8월에 소폭 하락한 데 따른 것입니다. 모기지은행협회(MBA)가 발표하는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최근 증가세를 보입니다. 6월, 7월 매매 건수도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가 나온 뒤 3분기 GDP 증가율 추정치를 기존 2.2%에서 2.3%로 높였습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는 "재정적자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에 대한 온갖 소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장기 수익률은 다른 주요국 국채 대비 절대적 및 상대적 측면에서 모두 연초 대비 낮게 유지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금리가 너무 제약적이어서 더 내려갈 필요가 있다. 파월 의장이 연말까지 최소 100~150bp를 내리겠다는 금리 인하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게 다소 놀랍다"라고 파월 의장을 압박했습니다. 그는 "다음 주부터 차기 의장 후보자 면접을 시작할 예정이며,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을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6. AI 불안 지속 vs 단기 차익실현일 뿐
엔비디아가 회복하지 못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34% 하락했습니다. S&P500 지수도 0.28%, 다우 지수는 0.37% 내렸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차익실현 탓일 수 있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발표 속도, 비용, 그리고 그 타당성에 대한 지속적인 재평가가 AI 주식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로 이어지고 있다. S&P500 지수는 지난 월요일 6699 바로 아래에서 하루 중 최고 기록을 세웠고, 화요일에도 6699.52까지 올랐다. 이는 매도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6700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수는 그 수준보다 불과 1% 낮으며, 5월 이후 처음 3% 하락하더라도 6500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매그니피선트 7 주식에선 유일하게 테슬라가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다음 달 초 3분기 차량 인도량을 발표하는데요. 울프리서치는 테슬라가 3분기에 46만5000~47만 대의 차량을 인도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에서의 전기차 세액 공제 종료를 앞둔 수요, 중국 시장의 강세에 힘입은 것으로 월가 컨센서스인 44만5000대보다 높은 추정치입니다.
AI 투자를 예상보다 더 늘리겠다고 밝힌 알리바바는 주가가 9% 가까이 올랐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