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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동 칼럼] 과세 무풍지대, 코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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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과 달리 거래·양도세 없어
    형평성·세수 고려해 해법 찾아야

    박준동 논설위원
    [박준동 칼럼] 과세 무풍지대, 코인 시장
    지난 7월 발표된 ‘2025년 세제개편안’ 중 상대적으로 반대 목소리가 덜한 것이 증권거래세 인상이다. 주식을 팔 때 현재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해 0.15%를 세금으로 내고 있는데 이를 내년부터 0.2%로 올린다는 것이 골자다. 함께 나온 법인세 인상은 기업 부담 증가와 이중과세 문제로 논란이 불거졌고, 교육세 인상은 금융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종목당 10억원’으로 강화하려던 방안은 투자자들 반대로 철회됐다.

    증권거래세 인상에 반발이 적은 것은 그간 세율이 지속적으로 인하된 데다 주식 양도세(금융투자소득세) 도입도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식시장에서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고 매매할 때마다 거래세를 매기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고 보고, 2018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2020년 금투세 도입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2019년부터 0.3%인 증권거래세를 0.25%로 내리기 시작한 이후 거의 매년 인하를 계속해 올해는 0.15%를 적용하고 있다.

    거래세를 낮추는 대신 연간 매매차익 5000만원 이상에는 2023년부터 금투세(지방소득세 포함 세율 22~27.5%)를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5년으로 시행 시기를 한 차례 늦췄고 지난해 말엔 제도 자체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 세수를 걱정하는 조세 당국에선 증권거래세라도 올리자고 주장할 수밖에 없고 투자자들도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게 사실이다.

    주식시장과 달리 가상자산시장은 양도세도 거래세도 부과되지 않는 ‘과세 무풍지대’다. 양도세 부과 계획은 있었지만 세 차례나 미뤄졌다. 연간 코인 매매차익 250만원 이상에 22%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은 2020년 마련돼 2022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2023년, 2025년, 2027년 등으로 늦춰졌다.

    거래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코인을 여전히 금융투자상품으로 보고 있지 않아서다. 하루 거래대금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때가 있고 외국에서는 코인 관련 현물·선물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허용한 마당에 한국에서의 제도 정비는 하세월이다. 코인 투자자는 결과적으로 세금을 면제받는 특별대우를 누리고 있다. 주식 투자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외국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논란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은 코인에 거래세는 매기지 않지만 양도세를 부과한다. 코인을 세법 전반에서 주식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코인 양도세 부과는 2027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계획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코인 양도세 과세를 앞둔 해마다 코인 투자자들이 국회와 대통령실 게시판에 반대 청원을 올리는 등 반발한 것이 지금까지 먹혔기 때문이다. 주식에는 양도세를 매기지 않으면서 코인엔 왜 양도세를 매기느냐는 불만이다. 내년에도 같은 풍경이 예상된다.

    대다수 전문가는 주식이든 코인이든 양도세 부과 방식의 세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거래세는 손실이 나도 부과되는 일방적인 통행세지만 양도세는 이익이 없으면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발과 표심을 계산하는 정치권 때문에 양도세 부과가 어려운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코인에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거래세를 적절한 수준에서 부과하는 게 마땅한 것 아닌가. 비어가는 나라 곳간을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조세 당국도 형평성과 세수를 고려해 2017년 코인 거래세 부과를 검토한 바 있다. 코인시장을 언제까지나 조세 사각지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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