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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이행원·학폭피해자분리委…이슈 터지면 기관부터 설립
무한 증식하는 공공기관
2부·(1) '개혁 무풍지대' 공공기관…매년 56곳씩 증가
법령에 한 줄 넣으면 '설립 완료'
국회·부처·공공기관 담합에 난립
2부·(1) '개혁 무풍지대' 공공기관…매년 56곳씩 증가
법령에 한 줄 넣으면 '설립 완료'
국회·부처·공공기관 담합에 난립
공공기관 양산하는 짬짜미 구조
이같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 터지거나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면 여지없이 공공기관이 생겨난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식처럼 기관 설립이나 인력 확대를 들고나오기 때문이다. 8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유관단체는 지난 7월 기준 1507곳으로 5년 전보다 280곳 증가했다. 연평균 56곳씩 생겨난 셈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 확대는 국회와 소관 부처, 공공기관 간 담합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지난 3월 취임한 전지현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으로, 지난해 4월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 신설된 공공기관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3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운영을 위해 지티엑스A운영을 설립한 후 조진환 전 서울교통공사 도시철도연구원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서울교통공사는 GTX-B·C뿐 아니라 후속 사업으로 예정된 D·E·F·G·H 노선 운용업체 대표도 각각 선임할 계획이다. 한 명이 통합 관리해도 될 조직을 8개 만드는 셈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GTX 노선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SR 등 공유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운영 주체가 달라야 한다”고 해명했다.
의원 입법으로 신설 규제 회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7조)은 ‘공공기관을 신설하려는 부처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타당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의무화하고 있다. 무분별한 공공기관 신설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의원 입법엔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 장관 동의를 받도록 했더니 의원 입법을 통한 공공기관 신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국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공공기관 설립에 적극적이다. 공공기관이 자리 잡는 지역 주민의 표심을 얻을 수 있고 정부에 대한 영향력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출범 후 지난 5월 말까지 약 1년간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공공기관 신설 법안은 32건에 달한다. 한번 생겨난 공적 조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공공기관 임직원과 지자체가 강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기관 설립은 해당 부처의 개별 법령이나 부칙에 한 줄만 넣으면 가능할 정도로 쉬운 데 비해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 후 공공기관 통폐합 사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 두 곳에 그친 이유다.
기능 중복 공공기관도 우후죽순
공공기관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비슷한 일을 하는 기관도 많다. 정부가 생산하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은 부처별로 12곳에 달한다. 의료(보건복지부) 교육(교육부) 고용(고용노동부) 등 통합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도 모두 근거 법령을 두고 따로 운영된다.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별 공공기관은 22곳에 달한다.공공기관 통폐합은 부처 내에서도 쉽지 않은 과제다. 복지부 아래에서 건강보험 징수·지급 업무를 맡는 건강보험공단과 보험금 지급을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통폐합은 요원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건강보험제도를 운용하는 주요국 중 병원비 심사와 지급을 따로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사업도 많다. 에콜리안골프클럽(국민체육진흥공단)과 88컨트리클럽(국가보훈부) 등 골프장사업이 대표적이다.
배근호 동의대 금융경영학과 교수(공공기관 감사평가단장)는 “같은 일을 하는 공공기관을 통폐합하면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이 강하게 저항하기 때문에 정부 초기에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효/남정민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