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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미의 시네마 오디세이] 가족주의 시선으로 성공한 K콘텐츠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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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글로벌 겨냥 창작물…韓 고유 정신 담아 인기
    한국영화 제작 생태계 되살리는 계기 삼아야

    황영미 영화평론가·시네라처 문화콘텐츠연구소장
    [황영미의 시네마 오디세이] 가족주의 시선으로 성공한 K콘텐츠의 자신감
    K콘텐츠가 세계에 전파되는 속도가 낯설 만큼 놀랍다. 미국 소니픽처스가 제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계 감독 매기 강과 크리스 아펠한스가 공동 연출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역대 시청 1위를 기록한 것을 물론 영화 OST도 최고 인기다. K팝 문화를 소재로 한국 고유의 문화를 담아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김밥과 라면 등 K푸드와 한국 배경지 등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부각시켰지만, 한편으로 한국 영화산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마냥 들뜰 일은 아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한국 장편영화가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고, 국내에서 1000만 관객 영화가 나온 지도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 국내 순수 기술력과 자본으로 만들어진 K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지난 4월 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등극, 영화 ‘기생충’의 북미 최종 수익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무척 고무적이다. 최근 국내 개봉된 이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시각특수효과(VFX) 전문기업 모팩스튜디오 대표인 장성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총 10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종교 영화를 성공적으로 배급해온 엔젤스튜디오가 북미 배급을 맡아 기독교 타깃층을 공략해 성공한 것이다.

    이 영화는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를 원작으로 영어로 제작됐다. 그런데 세계 최대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에는 한국과 미국의 공동 제작인 듯 나란히 올려져 있다. 제작비 360억원 모두 한국 자본인데, 왜 미국이 제작 국가로 돼 있는지 안타깝다.

    디킨스 원작은 저자가 사망하기 전인 1849년 자녀들에게 남기기 위해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생애를 이야기하듯 풀어낸 사적인 기록이다. 디킨스는 비공개 유언으로 남겼지만, 이후 증손자에 의해 출간됐다고 한다. 디킨스는 1850년대부터 유료 작품 낭독회를 많이 열었다.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작품의 주요 대목을 마치 배우가 연기하듯 낭독해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이 디킨스(케네스 브래나·이병헌)의 스크루지 스토리 낭독회로 각색된 것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원작 소설은 아버지가 화자로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해주는 방식으로 서술돼 있지만, 영화에서는 청자인 아들 월터(로먼 그리핀 데이비스·최하리)가 질문하고, 고양이가 등장해 예수의 시대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면서 직접 당시 상황을 경험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예수의 생애가 디킨스 가족의 삶과 함께 제시되면서 또 다른 자연스러운 재미와 흡인력을 준다. 이는 종교적 메시지뿐만 아니라 가족 이야기로서의 서사 구조를 통해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는 한국의 가족주의가 서구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볼 때 한국적 시각의 해석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전 세계에서 K콘텐츠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지금을 기회로 삼을 때다. 단순히 소재로만 활용되는 K콘텐츠를 넘어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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