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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 재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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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 재개장
    1912년 4월 타이태닉호 침몰 사건 희생자 가운데는 당시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사람이 있었다. 미국과 영국의 모피왕으로 유명한 애스터(Astor) 가문의 일원인 존 제이컵 애스터다. 그가 뉴욕 번화가에 갖고 있던 호텔이 아스토리아호텔이었다. 이 호텔 바로 옆에는 월도프호텔이 있었다. 소유주는 사촌인 윌리엄 월도프 애스터였다. 본래 두 집안은 블록 전체를 둘로 나눠 지은 집을 물려받았으나, 극심한 갈등으로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는 호텔 싸움을 하고 있었다.

    호텔 경험이 없는 애스터 가문의 두 사람을 대신해 두 호텔 경영을 도맡은 사람이 ‘호텔왕’ 조지 볼트다. 볼트는 두 호텔 부지를 팔고 1931년 파크 애비뉴에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이라는 47층짜리 당시 세계 최고층 호텔을 지었다. 이전 호텔 자리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들어섰다.

    밑바닥 호텔리어부터 거친 볼트는 호텔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룸서비스는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이 세계 처음이다. 마요네즈, 케첩, 피클 등으로 만드는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의 창시자도 그다. 미국 캐나다 국경을 따라 흐르는 세인트로렌스강에는 1865개의 섬이 있는데, 이를 사우전드아일랜드(천섬)라고 부른다. 볼트가 아내를 위해 짓다가 아내의 병사로 중단한 하트 성은 천섬의 관광 명소다.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이 8년간의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오는 9월부터 객실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세계의 중심 뉴욕의 명물인 데다 워낙 많은 스토리가 있는 곳이어서 재개장도 화제를 모은다. 미국 대통령들은 물론 전 세계 주요 정상이 뉴욕에 오면 이곳에 묵었다. 존 F 케네디는 신혼 첫날밤을 여기서 보냈다. 영화 팬들에게는 ‘여인의 향기’와 ‘세렌디피티’의 장면들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나 뉴요커들이 지금도 이 호텔을 자랑거리로 여길지는 미지수다. 2014년 중국 안방보험에 팔렸다가 안방보험 파산 뒤에는 중국 다자보험으로 넘어갔다. 1400개 객실을 375개로 줄이면서 고층부는 고급 아파트로 바꿨다. 1980년대 일본 자본이 뉴욕 심장부 록펠러센터를 샀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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