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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無비자 출장' 막는 美…韓기업들 "출장도 현지채용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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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ESTA 활용한 출장 차단

    입국 문턱 확 높인 미국 정부
    ESTA로 체류한 기록 들여다봐
    관광지 아닌 시골지역 가면 의심
    공장 숙소 머물러도 입국 거절

    기업들 아우성…정부는 뒷짐
    주재원·단기비자 발급 까다로워
    관광 목적 ESTA 의존 불가피
    업계 '전용 취업비자' 요청했지만
    외교부 "상대국 주권 문제" 방관
    배터리 생산 장비 제조업체인 S사 직원 수십 명이 “전자여행허가(ESTA)가 취소됐다”는 미국 정부의 통보를 받은 건 지난달이었다. 유효 기간(2년)이 남았는데도 취소된 건 작년 하반기 ESTA를 활용해 85일 동안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일한 게 문제가 돼서다. 미국 정부는 “여행, 단기 출장 등을 위해 만든 ESTA의 취지에 맞지 않게 사실상 ‘석 달짜리 근무 비자’로 활용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재입국을 거부했다.

    이들은 이후 주한 미국대사관에 단기 상용 비자(B1)를 신청했지만, 또다시 발급을 거절당했다. S사 관계자는 “배터리 장비 최적화를 위해선 현장에서 직접 보고 설비를 돌려봐야 하는데, 한국에 발이 묶여 공장 건설 및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며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별다른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한국 기업 직원들의 전자여행허가(ESTA)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을 돌릴 전문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ESTA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한국 기업 직원들의 전자여행허가(ESTA)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을 돌릴 전문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ESTA 홈페이지 캡처

    ◇ 단기 인력 파견에 ‘메스’

    조(兆) 단위 투자금을 들여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운영 중인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대기업은 하나같이 비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공장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엔지니어를 ESTA 제도로 단기 파견하는 한국 기업의 관행에 미국 정부가 ‘메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현지 인력을 채용해 운영하라”는 입장이지만, 당장 미국에서 전문 인력을 뽑을 방법이 없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한다.

    미국은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계기로 ESTA를 활용한 단기 근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별도 비자 없이 ESTA만으로 수십 일 체류한 전력이 있는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출입국 기록과 숙소 등을 면밀히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도시와 관광지가 아니라 공장 인근에 장기간 머무른 한국 기업인 상당수가 사실상 입국 거부자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홀랜드 등 외곽에 여러 공장을 짓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소속 한 엔지니어는 얼마 전 미시간 공장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전환 업무를 위해 미국을 찾았지만 입국이 거절됐다.

    현대차 기술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B씨도 ESTA로 입국한 뒤 공장 인근 숙소에서 머무르다 입국 거부 대상이 됐다. 세관 직원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인근에서 숙식한다는 건 업무를 위해 입국했다는 증거”라며 “입국 이유를 관광이라고 신고한 것과 다른 만큼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비자 안 나와 편법 근무 불가피

    한국 기업은 ESTA를 통한 ‘편법 근무’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한국의 생산 노하우를 이식하기 위해선 경험 많은 한국 직원이 공정 세팅 등을 직접 해야 하는데, 이들이 전문직 취업 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E2), 단기 상용 비자(B1) 등을 발급받는 건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여서다.

    공장 완공 후에도 공정에 문제가 생겨 직원을 급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정식으로 B1 비자를 발급받을 경우 인터뷰 대기 등을 포함해 최소 100일 이상 걸린다. 게다가 B1 비자 거절 확률은 지난해 27.8%에 달했다. H-1B는 매년 3월에만 지원할 수 있고, 이마저도 신청자 10명 중 1명이 채 합격하지 못한다. 규모가 작은 협력사는 비자를 받기 더 어렵다.

    업계에서는 ‘미국 ESTA발(發) 인력난’의 해법으로 ‘전용 취업비자 쿼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주와 싱가포르 정부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각각 연 1만5400명과 5400명의 취업 쿼터를 받아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고 산업계는 토로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ESTA 발급 거부 사태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자는 상대국 주권 문제로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며 “미국 측 주요 인사와 접촉할 때마다 우리 기업인들이 겪는 비자 문제 해결 필요성을 제기하고 미 의회를 대상으로 접촉을 계속하고 있으며 기업과도 소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진원/성상훈/김우섭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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