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 이어서

<2악장>

안단테 몰토 모쏘(Andante molto mosso)라는 지시어가 붙은 이 2악장도 1악장처럼 과거에는 아주 느리게 연주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베토벤 당시의 '안단테'라는 템포는 보통의 걸음걸이 정도의 빠르기를 의미하는 것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굼뜬 템포가 아닙니다. 더구나 베토벤은 안단테에 이어 몰토 모쏘, 즉 더욱 운동성을 가지고 유동적으로 연주하라는 지시어를 부가하고 있고, 실제로 베토벤이 나중에 기재한 메트로놈 표시 역시 상당히 빠릅니다.

아시다시피 베토벤은 2악장에 시냇가의 풍경이라는 표제를 붙였습니다. 그런데 이 2악장의 느린 연주에 익숙한 분들은 이 곡을 들을 때 화창한 낮의 시냇가가 아니라 어둠이 드리워진 밤처럼 느끼기에 십상입니다. 실제로 이 '전원' 교향곡을 그래픽으로 연출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환타지아'에서도 2악장은 (스토코프스키의 느린 템포에 의한 연주 때문인지) 밤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영상 보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환타지아> 스틸컷 / 사진. ⓒIMDb
디즈니 애니메이션 <환타지아> 스틸컷 / 사진. ⓒIMDb
그러나 베토벤이 음악으로 표현한 시냇가는 어두운 밤이 아니라 꽃과 새들이 모여 즐겁게 노래하는 화창한 낮의 시냇가입니다. 예를 들어 2악장의 기초가 되는 흐르는 시냇물을 묘사하는 정교한 리듬들도 너무 느린 템포로 연주하면 오히려 무너져버립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2악장은 느린 소나타 양식으로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 코다 등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제1주제나 제2주제 등이 모두 뿌리를 같이 하며 서로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발전되는 구조여서 전형적인 소나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곡의 음악적 구조에 대한 생각이 없이 그냥 시냇가에 온 것처럼 상상하고 들어도 포근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마음에 위로를 줍니다만, (1악장에서처럼) 그 소재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유기적으로 발전되고 있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나면 그저 비슷한 선율이 무한 반복되는 듯한 이 2악장에서도 새로운 감상의 묘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Beethoven - Sinfonie Nr. 6 - Pastorale | Manfred Honeck | WDR Sinfonieorchester]


제시부

I - 제1주제

2악장은 누가 들어도 흐르는 시냇물을 묘사하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는 유동적인 음형들을 배경으로 하여 그 위로 바이올린이 새소리와도 같이 단순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동기가 서로 대화하듯 노래하면서 시작합니다.
베토벤이 그려낸 새들이 노래하는 시냇가
특히 도입부의 저변에서 흐르는 유동적인 시냇물 음형은 리듬이 특이합니다(위 악보의 파란색 박스 부분). 즉, 12/8박자는 원래 기본적으로 쿵짝짝 쿵짝짝 하는 8분음의 세 묶음 단위로 움직여야 하지만, 베토벤은 8분음들을 2, 3, 3, 3, 1 단위로 서로 같이 이음줄로 묶는 아티큘레이션 처리를 하여 마치 물결이 굽이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그려낸 새들이 노래하는 시냇가
위의 시냇물 음형 부분과 관련하여 또 다른 주목할 점은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연주하는 이 유동적 음형에 (콘트라베이스와 함께 주로 피치카토를 연주하는) 첼로 파트에서 두 명의 주자를 뽑아 비올라와 제2바이올린 파트와 함께 이러한 물결을 연주하게 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로 인해 흐르는 시냇물이 개천이 아니라 제법 깊이를 가지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또한 이 시냇물 음형은 상승 후 하강하는 아치형 구조입니다. 특히 두 번째 이음줄로 연결된 (상행 후 하행하는) 8분음 3개에 귀를 기울이실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아치 형태의 동기는 2악장의 마지막 코다에서 새소리가 되어 카덴차처럼 펼쳐지기도 하고, 4악장에서는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스타카토로 울리다가 마지막에는 마치 하늘의 무지개와 같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전원이라는 주제를 음악으로 펼쳐내는 베토벤의 필치는 경이롭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냇물 동기의 흐름 위로 단순하면서도 조금씩 계속 변화하면서 노래하는 바이올린의 음형은 마치 날아다니는 새처럼 자유로운 느낌이 담겨 있는데, 이 새소리 음형은 시냇물 음형과 서로 대화하듯 연결되며 노래합니다(위 악보의 초록색 박스의 birdcalls 부분).

이렇게 굽이치듯 흐르는 시냇물의 동기는 곡이 진행되면서 변화하는데, 곧 시냇물의 물살이 더 잘게 쪼개진 음형과 함께 빨라지는 그 위로 바이올린이 이제는 3박자 춤곡의 리듬에 더 충실한 아래와 같은 선율을 통해 노래를 마무리합니다(아래 악보의 파란색 밑줄 친 춤곡 음형 부분).
베토벤이 그려낸 새들이 노래하는 시냇가
베토벤은 이렇게 도입부에서 다양한 소재의 음형(시냇물, 새소리, 춤곡)을 제시한 다음 이러한 음형들을 기초로 거대한 음악적 구조물을 구축해 갑니다.

우선 춤곡 음형이 마무리될 때 더욱 물살이 빨라진 시냇물 음형 위로 바이올린의 트릴이 가세하며(위 악보의 연색 밑줄 부분) 새소리 음형이 더욱 분명히 울려 퍼지고 처음처럼 역시 춤곡 리듬의 음형이 뒤따릅니다.

그리고는 그 춤곡 음형은 곧 아래와 같이 마치 부드럽게 위로하는 듯한 느낌을 가진 노래로 변모되어 우아하게(dolce) 연주됩니다(제1-B주제)
베토벤이 그려낸 새들이 노래하는 시냇가
이러한 우아한 위로의 노래는 클라리넷에 의해 반복된 후 시냇물 음형의 아치형 동기가 다시 한번 강조되고, 음들이 옆으로 평탄하게 흐르면서 새로운 국면을 예감하게 합니다.

II - 제2주제

아니나 다를까, 이어서 다시 도입부에서 제시되었던 시냇물 동기가 흐르고 처음의 정경이 다시 한번 반복되어 펼쳐지는 듯 흐르고 춤곡의 음형 또한 따르더니, 이번에는 그 춤곡의 음형에서 (제1-B소재와는 또 다른) 우아한(dolce) 제2주제가 제시됩니다.
베토벤이 그려낸 새들이 노래하는 시냇가
이 제2주제는 제1주제에 속하여 B플랫장조로 불린 위의 위로의 노래(제1-B주제)와 마찬가지로 도입부의 춤곡 주제에 기반한 것이기는 하지만 좀 더 활기가 느껴지고, 처음에는 플루트가 노래하지만 이어지는 바순이라는 악기의 컬러를 통해 (여성스러운 위로의 노래와는 대조적으로) 남성적인 느낌마저 묻어나는데, 조성은 F장조로 연주됩니다.

특이한 것은 이 제2주제는 끝자락에서 리듬이 3박에서 2박으로 바뀌며 더욱 남성적인 리듬으로 변모한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렇게 3박자 리듬을 2박자와 대조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헤미올라라고 하는데, 베토벤이 자주 사용하는 음악적 기법입니다.

이렇게 제2주제가 연주된 후 다시 여성적인 위로의 춤곡 음형(제1-B주제)으로 돌아가는데, 이러한 우아한 위로의 노래의 끝에서는 이전처럼 다시 시냇물 음형의 아치형 동기가 한 번 강조되면서 제시부는 마무리됩니다.

발전부

발전부에서는 제1주제의 다양한 동기들(시냇물, 새소리, 춤곡 등)이 악기와 조성, 그리고 리듬을 다채롭게 바꾸면서 연주합니다. 우선 오보에가 플루트 등의 꾸밈을 받으면서 새소리 동기를 연주하기 시작하고, 플루트가 위로 솟아오르며 즐거움을 표현하다가 핵심 주제를 계속 노래하다가 다시 우아한 위로의 춤곡(제1-B소재)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또 클라리넷이 주도하여 새소리 동기를 노래하고 그 후 다시 위로의 춤곡(제1-B소재)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첼로가 부드럽게 위로하는 이 선율을 노래하자 갑자기 바이올린이 가세하면서 격정의 감정이 잠깐 분출되는 장면이 참 이채롭습니다.

그 후 시냇물 음형을 목관들에 의해 연주되며 발전되는데, 이 역시 약간은 멜랑코리한 느낌으로 변해가는 등 이렇게 비교적 온건한 방법이지만 각종 주제 음형이 다채롭게 전개되다가 플루트가 제1주제를 으뜸조(B플랫장조)로 다시 연주하면서 재현부로 접어듭니다.

재현부

재현부는 전형적인 소나타 양식처럼 제시부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아니고 제시부의 각종 주제가 악기나 리듬 등에서 차이를 두고 있는데, 예를 들어 아래 악보와 같이 시냇물 주제만 해도 리듬부터 바뀌어 있는 등 여러 부분에서 변화가 있습니다.
베토벤이 그려낸 새들이 노래하는 시냇가
그리고 제2주제도 제시부의 F장조에서 으뜸조(B플랫장조)로 돌아와 연주되는 것은 전통적인 양식에 따른 것이지만 제시부와는 약간 다른데, 헤미올라를 동반한 제2주제의 끝부분에서 다시 첼로를 필두로 위로가 가득한 제1-B주제가 재현된 후 시냇물 음형으로 마무리되면서 코다로 넘어갑니다.

코다

코다의 특이점은 (베토벤이 악보에 구체적으로 이름까지 기재해 넣은) 3가지 종류의 새가 마치 서로 경연이나 중창이라도 하듯이 연주된다는 것입니다. 즉, 먼저 제1주제의 시냇물 동기의 아치형 핵심 동기를 모방하여 플루트가 나이팅게일을 노래하고, 이어서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결합하여 각각 메추리와 뻐꾸기를 노래합니다.
베토벤이 그려낸 새들이 노래하는 시냇가
코다에 마치 카덴차와 같이 등장하는 이러한 새소리들은 다소 뜬금없는 듯하지만 이를 통해 앞서 본 뻐꾸기의 하행 음형, 아치형 음형 등 이 교향곡의 핵심을 이루는 기초적 음악 소재들을 다시 각인시켜 줍니다.

이러한 새소리를 배경으로 마지막으로 처음의 부드럽고 우아한 춤곡 음형이 고요히 울려 퍼지며 2악장은 마무리됩니다.

[3부에 이어서]

© 임성우 - 클래식을 변호하다

1) 진만 (2악장) ▶듣기
2) 크리빈 (2악장) ▶듣기
3) Forck (2악장)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