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급등에 덩달아 오른 은·백금…더 오를까 [원자재 포커스]
10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은 선물(7월 인도분) 가격은 이날 트로이온스당 37.02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4.2% 상승한 수치다. 은 선물이 37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2년 2월 29일(37.23달러) 이후 13년 3개월 만의 일이다.
백금 가격도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백금 선물(7월 인도분)은 이날 트로이온스당 1231.70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6.8% 상승한 가격으로, 2021년 2월 이후 약 4년 4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에서 운용하는 은과 백금 관련 상품들의 수익률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KODEX 은 선물(H)’은 최근 6개월 동안 13.43%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KB 레버리지 은 선물 ETN(H)’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21.75%로 더욱 높았다. ‘한투 플래티넘 선물 ETN’도 지난 6개월 동안 20.63% 올랐다.
국내 투자자들이 은과 백금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금을 중심으로 한 귀금속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며 은과 백금도 덩달아 가격이 오르자,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과 백금은 특히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폭이 작았기 때문에 금의 대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금값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3200~3300달러 사이에서 횡보하자, 투자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은과 백금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투자 다변화 전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귀금속 시장이 단기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며, 이 과정에서 금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은과 백금이 더욱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산업용 수요의 확대 또한 은과 백금 가격 상승에 요인이다. 은은 태양광 패널과 전자제품,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필수적인 소재다. 글로벌 은 연구단체 실버인스티튜트는 올해 산업용 은의 수요가 사상 최초로 7억 온스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글로벌 태양광 발전 설치가 기록적으로 증가하며,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인 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금의 산업적 수요는 주로 자동차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촉매 변환기 제작에 백금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세계백금투자협의회(WPIC)는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올해 자동차 부문에서의 백금 수요가 전년보다 2%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에도 의료기기 및 전자 제품 분야에서도 백금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의 경우 진단 장비 및 암 치료 기기에 사용되는 백금의 사용량이 늘고 있으며, 이 같은 산업의 성장세가 백금의 장기적 가격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 부족 현상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다. 실버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은 광산의 생산량은 8억4천만 온스로 최근 7년 동안 가장 많은 수준이지만, 산업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올해 총 은 수요는 12억2천만 온스에 이를 전망이다.
백금 역시 주요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생산량 감소로 공급이 어려워지고 있다. 남아공은 심각한 전력난과 노후화된 광산 설비, 광산 투자 감소 등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백금 생산량이 줄고 있다. WPIC는 올해 백금 생산량이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인 전년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글로벌 무역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가격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위즈덤트리의 니테시 샤 상품전략가는 은의 특성상 공급량을 즉각적으로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공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은 가격이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 은 가격이 40~50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산업용 소재라는 특성상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은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백금에 대해서는 UBS가 올해 중반 백금 가격을 1100달러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CPM그룹의 제프리 크리스티안 대표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글로벌 제조업 침체 등으로 인해 백금 수요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가격이 900~1000달러 선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