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세계 공급망 흔든다 [원자재 포커스]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세계 공급망 흔든다 [원자재 포커스]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관련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움직임에 중국이 대응하면서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4일 희토류 원소에 대한 새로운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사마륨(Samarium), 가돌리늄(Gadolinium), 테르븀(Terbium), 디스프로슘(Dysprosium), 루테튬(Lutetium), 스칸듐(Scandium), 이트륨(Yttrium) 등 7개 중·중(重)희토류 품목을 수출 통제 리스트에 올렸다. 해당 품목 및 희토류 영구 자석 관련 제품의 수출에 대해 특별 허가(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

해당 조치는 당일부터 즉시 시행돼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된다. 단순한 전면 금지보다는 허가제를 통해 수출량을 통제하는 형태다. 수출 허가를 매우 엄격히 제한해 사실상 중국이 마음먹은 만큼만 해외로 희토류를 내보낼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격화된 데 따른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이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자 중국은 자국의 희토류 공급망 지배력을 지렛대로 활용해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

실제로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구호를 내세워 희토류를 전략 자산으로 부각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물 생산량의 약 70%, 정제 공급의 90% 이상을 도맡고 있다. 희토류 분야의 절대적 우위를 무기화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세계 공급망 흔든다 [원자재 포커스]
이런 배경에는 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부터 이어진 기술 패권 다툼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이 있다. 목적은 이런 갈등 속에서 중국이 보유한 핵심 공급망을 지렛대로 미국과 서방에 압박을 가하고 협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업계에 따르면 디스프로슘(Dy)은 수출 허가제 실시 이후 200% 이상, 테르븀(Tb)은 210% 이상 가격이 급등했다. 중기적으로도 가격 상승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증권업계는 “이번 상승은 시작일 뿐이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오름세가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일부 중국 리서치 기관들은 “현재 희토류 가격은 상승 주기의 바닥에 있고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명확한 상승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국발 공급 충격에 대응해 호주, 미국 등 주요 자원 부국과 동맹국은 희토류 생산 능력 확충과 공급망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패권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은 2010년 이후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이번 중국 조치를 계기로 그 속도와 규모가 한층 커진 양상이다.

호주는 중국 외 희토류 최대 생산국이다. 라이너스 레어어스를 중심으로 공급망 다변화의 핵심 역할을 도맡았다. 서호주 광산에서 채굴한 희토류를 말레이시아공장에서 정제해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등 경희토류 산화물을 연간 약 1만 5천 톤 수준으로 생산해왔다.

미국은 희토류 소비 대국이지만 국내 생산과 정제 역량이 매우 제한적이다. 유일한 희토류 광산인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가 있지만 이 광산에서 채굴한 원료를 중국에 보내 정제한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에 경희토 분리 공장, 텍사스에 자석 제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올 연말까지 연간 NdFeB(네오디뮴-철-붕소) 영구자석 1000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