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철강 수입 15% 감축, 인도·남아공도 관세…높아지는 '철의 장벽' [원자재 포커스]
유럽연합(EU)이 다음 달부터 철강 수입량을 최대 15% 줄인다. 미국이 철강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저가 철강이 방향을 틀어 유럽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인도 등 각국이 철강 관세를 높이면서 전 세계적인 '철의 장벽'에 세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철강·금속 산업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EU는 다음달부터 사실상의 수입 쿼터제인 '철강 세이프가드' 제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 6월 기존 세이프가드 조치가 만료되기 전 장기적인 보호 조치를 제안할 계획이다.

EU는 일부 수출업체가 비EU국가에서 생산한 철강을 EU로 들여온 뒤 최소한의 변형 조치를 통해 EU산으로 둔갑시키는 행위를 막기 위해 '용해·주조 원산지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철강 제품의 원산지를 최초로 용해 또는 주조된 국가로 못 박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른바 '탄소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대상도 철강·알루미늄 집약적 가공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시멘트·전기·비료·철강·알루미늄·수소 등 6가지 품목에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추정치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를 철강·알루미늄 가공 제품으로 확대할 경우 기업들이 EU 내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원자재를 활용할 유인이 커지게 된다.
 지난달 19일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선양의 철강 도매시장에서 한 노동자가 철근을 트럭 위로 싣고 있다. AFP
지난달 19일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선양의 철강 도매시장에서 한 노동자가 철근을 트럭 위로 싣고 있다. AFP
세주르네 부위원장은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자국 시장으로의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채택하고 있으며, 그 결과 EU 시장이 글로벌 초과 능력의 주요 수용지가 되고 있기 때문에 무역 관련 부정적인 영향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 등에서 생산되는 값싼 철강이 각국의 관세에 막혀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사태를 막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지난 12일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시행했다.
최근 1년 국제 철근 선물 가격 추이. 20일 철근 근월물은 전거래일보다 0.91% 하락한 t당 3162위안에 거래됐다. 1년 전보다는 4% 가량 하락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최근 1년 국제 철근 선물 가격 추이. 20일 철근 근월물은 전거래일보다 0.91% 하락한 t당 3162위안에 거래됐다. 1년 전보다는 4% 가량 하락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전날 인도 역시 중국·베트남산 철강에 관세를 매긴다고 밝혔다. 인도 관세청은 "국내 사업에 대한 심각한 피해와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200일 동안 철강 수입품에 대해 12%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세계 2위의 철강 생산국이지만 최근 중국·일본으로부터 철강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중국산 철강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한 196만톤(t)으로 집계됐다. 8년 만에 최고치다. 일본 철강 수입량도 2배로 늘어난 140만t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철강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남아공 산업부는 19일 "남아프리카의 공업은 저가 또는 표준 이하 수입품의 유입으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라며 관세 인상을 위한 업계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최근 남아공은 글로벌 광산기업 아르셀로미탈이 자국 제철소 두 곳을 폐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르셀로미탈 측은 정부의 자금 지원과 전기료 인하,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