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재가 잇따르자 서울교육청이 예산 3400억원을 들여 1000여 개 학교 급식실의 환기 시설을 개선하기로 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형 급식실 환기 시설 개선 가이드라인’을 3일 발표했다. 종전에도 고용노동부의 ‘단체급식시설 환기에 대한 기술 지침’이 있었지만 기존 학교 급식실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서울교육청이 지난해 41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했다.

지금까지 급식 조리원은 고온 조리 시 발생하는 ‘조리 흄’(뜨거운 기름으로 음식을 만들 때 나오는 발암물질)으로 인해 폐 질환에 걸리는 등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서울 학교 급식실의 조리 종사원 결원율이 10%에 육박하는 등 구인난이 벌어지고, 일부 학교에서 조리원 결원에 따른 ‘부실 급식’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서울교육청은 급식실 내 조리 흄을 빨아들이는 후드의 풍량을 높이기로 했다. 후드의 기준을 세분화해 급식실에 알맞은 크기의 후드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조리 종사원이 조리 흄을 흡입하지 않도록 반대 방향 기류를 유도하는 ‘흄 방지기’를 조리 기구에 부착한다. 가이드라인은 당장 이달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한다. 2027년까지 공·사립 각급 학교 총 1002곳 급식실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약 3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서울교육청은 환기 시설 개선 시 급식실 화재에 대비해 상업용 자동 주방 소화 장치도 설치할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조리 종사원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학생의 건강을 지키는 일과 직결된다”며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학교 급식실 환기 시설을 개선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