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만 가중되는 부동산 지표, 가격 바닥은 어디일까
주택시장을 분석하는 데는 다양한 통계 자료가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주택 가격 변화를 지수로 표현한 ‘주택가격동향’ ‘아파트 실거래가’부터 시장 참여자의 심리 변화를 살펴보는 ‘수급 동향’, 실제 거래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해주는 ‘주택 거래량’ 등 종류도 많다. 자료 해석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이런 통계 지표의 방향성이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어 이를 두고 주택 가격 상승이나 하락을 결정짓기 상당히 어렵다. 최근 주택시장에 이슈가 되는 주요 통계를 살펴본다.

첫째로 서울 매매량 변화를 두고 큰 의견 차이를 보인다.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월 4000건을 넘어선 가운데 이를 ‘시장 회복’이라고 바라보는 시선과 ‘최근 거래량 급감에 따른 착시 효과’로 보는 시선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202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4000건을 돌파하면서 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 평균인 6000건에 미치지 못하는 점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미분양 지표도 해석에 따라 의미 차이를 보인다. 3월 기준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이 6만5000가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분양 상황이 가장 심각한 대구에서도 더는 미분양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미분양이 안정화됐다’는 시선과 ‘단순한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뉜다.

이런 상승과 하락에 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서도 ‘내 집은 저점에서 구입하고 고점에서 팔고자 하는 투자자의 마음’은 한결같다. 하지만 경기 흐름상 저점과 고점은 그 시기를 지나간 다음에 확인할 수 있어 지금이 어느 흐름에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쌌던 시점과 그 후 가장 크게 하락한 시점은 언제일까. 일반적으로 주택 실거래가격 지수를 활용하는 경우 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실거래가격 지수는 실제 거래 신고가 두 번 이상 있는 동일 아파트의 가격 변동률과 거래량으로 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시점 간 가격 차이를 정확하게 비교 가능한 게 특징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매매 가격이 가장 비쌌던 시기는 2021년 10월(144.5포인트)이다. 그 후 가격이 가장 크게 떨어진 시기는 2023년 1월(117포인트)로, 이 기간 아파트 매매가는 19.0% 하락했다. 이후 같은 해 9월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저점 대비 6.2% 오른 뒤 최근까지 소폭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주택 가격 변동이라는 큰 사이클에서 지난해 초가 ‘바닥’이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최근에는 새로운 사이클에 앞서 횡보하는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실거래가 변화를 두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바닥을 지났으니 다음번 찾아올 바닥을 기다려봐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아쉽게도 바닥은 지났지만 아직 변동성이 큰 시장이니 최대한 바닥에 가까운 가격에서 기회를 찾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바닥을 놓친 사람이 다음번 바닥을 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너무 바닥만 찾기보다 스스로 바닥 수준에 근접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