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와 한국은행 수장들이 최근 한목소리로 부동산시장에서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을 강조했다.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비롯한 여러 정책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부동산을 놓고서는 “시장 팽창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부동산 한계론’을 줄기차게 펼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대표적이다. 17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시장 수요를 촉발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가계 자산을 증식하기는 어렵다”며 “부동산에 묶인 자원이 더욱 생산적인 방향으로 옮겨 가도록 자본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에도 “정부는 부동산 팽창을 용인할 여력이 없다”며 “국민 노후 보장은 이제 자본시장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발언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월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 쪽으로 대규모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이라며 “언젠가는 고쳐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중 유동성이 소비·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경제 성장, 물가 안정, 금융 안정을 훼손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이 같은 인식에도 정작 증시로 자금을 유도하는 정책들은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벤치마크해 ISA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납입 한도를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늘리고 배당·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내놨다. 금융소득 연 2000만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도 가입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일본에 비하면 반쪽짜리 혜택에 그치지만 이마저도 2월 임시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아 실행이 늦어지고 있다.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발생한 양도소득에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방안도 ‘부자 감세’라고 규정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