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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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가입 후 정해진 근무시간의 절반가량만 일한 택시기사에 징계를 내린 회사가 소송전에 휘말렸다. 택시기사 A씨는 '주 40시간'을 지키겠다며 노사 합의로 정한 근무시간을 어겨 규정상 면직 사유에 해당됐는데 정직으로 징계 수위를 낮췄음에도 부당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이준명)는 동양택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정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동양택시 소속 기사 A씨가 노조에 가입한 뒤 약 2개월간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적게 일한 게 문제의 발단이 됐다. 동양택시 노사는 식사와 휴게시간을 포함해 하루 10시간을 배차시간으로 정했는데, A씨는 임의로 하루 5~6시간만 택시를 몰았다. '주 40시간'(월 209시간)만 일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A씨의 일 평균 배차 시간은 2021년 7월 6시간28분, 같은해 8월엔 5시간43분에 불과했다. 회사의 다른 택시기사들 평균 배차시간인 9시간20분에 턱없이 모자랐다.

이에 따른 경영상 손실도 입었다. 동양택시 전체 택시기사의 하루 평균 운송수입금은 그해 7~8월 기준 약 15만3000~15만5000원. 반면 A씨는 같은 기간 전체 평균 대비 61~66% 수준인 9만5000~10만1000원에 그쳤다.

노사 간에 합의한 근무시간조차 지키지 않은 데다 경영상 손실도 확인됐지만, 중노위는 "징계 수위가 지나치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도리어 회사를 질책했다. 노조도 A씨를 감쌌다.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 신청을 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다만 중노위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조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A씨의 비위 행위는 회사 규정상 면직 사유에 해당했지만 동양택시 대표가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자"는 의견을 내면서 오히려 정직으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회사 상벌위원회 투표 결과는 위원 6명 중 면직 5표, 정직 1표로 나왔다. 이에 동양택시는 2021년 9월 A씨에게 최종적으로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동양택시는 소송 끝에 부당징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2심 모두 판단은 같았다.

1심은 "A씨의 일 평균 배차시간은 다른 근로자들의 평균과 비교해 현저히 적고 자신의 판단 하에 1일 6시간40분을 운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임의적 배차시간 변경으로 회사는 운송수입금 감소라는 경영손실을 입었고 배차시간을 정한 노사 간 임금협정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도 "회사 대표 의견에 따라 면직이 아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하기로 의결했다. 이런 사정에 비춰 봐도 정직 2개월이 과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