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LG화학 여수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올 1분기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15조원 넘게 '역대급'으로 싹쓸이 한 가운데 2차전지 관련주 등은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많이 내다 판 종목은 LG화학으로 1조2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석유화학 및 양극재 소재 업황 부진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이 기간 주가가 12% 내렸다.

외국인은 LG화학과 같은 업종인 삼성SDI 주식도 1분기에만 8980억원(2위) 내다 팔았다. 역시 2차전지 소재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POSCO홀딩스 주식도 4214억원(4위) 순매도했다. 두 회사 주가는 이 기간 각각 12.9%와 15.5% 떨어졌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기업 실적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셀, 양극재 등 수요 부진으로 대부분 외형 감소 및 어닝쇼크(실적충격)가 예상된다"며 "전기차 수요가 감소해 외형 감소로 대부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차전지 외에 외국인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종목은 네이버(NAVER)와 오리온이다. 올 1분기 외국인은 네이버 주식을 8554억원(3위), 오리온 주식을 3047억원(5위)어치 각각 순매도했다.

네이버에 대해선 플랫폼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오리온에 대해선 바이오회사 레고켐바이오(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 이후 이익 감소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버와 오리온 주가는 올 1분기에만 각각 12.9%와 21.6% 떨어졌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현재 주가 수준이 인공지능(AI) 사업에서 효과적인 이익을 거두지 못한다면 마냥 저평가됐다고만은 할 수 없다"며 "실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현재로서는 신사업에 대한 가치는 보수적으로 매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엔터 관련주들이 외국인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JYP Ent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를 각각 2838억원(1위)과 520억원(4위) 내다 팔았다. 오리온이 인수한 레고켐바이오는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 3위(613억원)에 올랐다.

한편 올 1분기(1∼3월)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15조80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8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순매수 규모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