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조석래 명예회장이 3월 29일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창업주를 도와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을 일궜던 재계 2세 기업인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한국 경제 중흥기를 이끈 재계 2세 활약상을 조명해 본다.재계 2세 대표적인 경영인은 삼성전자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다.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의 3남이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며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어록을 남기며 삼성전자를 세계 톱클래스 기업으로 키웠다.이 회장은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반도체 산업을 삼성전자에 이식하며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동생인 신세계그룹 이명희 총괄회장은 신세계 그룹을 유통명가로 성장시켰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은 1998년 말 부친인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특명을 받고 기아차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한 수를 뒀다고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은 현장경영과 품질경영을 강조하며 키워낸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바통을 이어 받으며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 중이다.이번에 별세한 효성 조석래 명예회장은 창업주 조홍제 회장의 장남이다. 조 회장은 아버지의 부름으로 효성의 전신 동양나이론에 입사한 뒤 ‘조대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뚝심 있는 기술 경영을 펼쳤다.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와 타이어 보강재인 타이어코드를 세계 1위로 육성하며 소재강국의 기틀을 닦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회장 등을 역임하며 민간외교관으로서 경제 발전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동생 한국타이어그룹 조양래 명예회장은 효성그룹에서 계열분리 이후 한국타이어를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로 키워냈다. 식품 쪽 2세 경영인으로는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이 대표 인사로 거론된다. 임 명예회장은 대상의 미원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향후 경영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2000년대 초반 오너 경영인으로는 드물게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등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요 기업이 3세 경영 또는 4세 경영 체제로 전환했지만 롯데그룹은 아직 2세 경영이 한창이다. 고 신격호 창업주로부터 롯데를 이어 받은 차남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AI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한화 김승연 회장 역시 현역이다. 김 회장은 최근 대전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캠퍼스 현장을 방문해 우주 시대를 앞당기자고 주문하는 등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소속 야구단 한화이글스의 선전이 거듭되자 6년만에 야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한 것으로도 알려졌다.재계 2세들은 빠르게는 3공화국 시절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하며 대한민국 재계에 한 획을 그었다. 그 과정에 모진 풍파도 겪어야만 했다. IMF가 대표적이다. IMF시절 당시 5대 그룹으로 평가 받던 대우는 공중분해 되다시피 해 2세 경영을 채 펼쳐보지도 못하고 여러 계열사를 다른 곳으로 넘겨야 했다.재계 2세들은 경영승계 과정에서 자녀들의 다툼이나 경영상 법적 이슈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인물별로 공과 과가 존재하지만 해외 유학파가 대부분인 3세 경영인들에 비해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계승해 한국경제 중흥에 이바지했다는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다수의 재계 2세들이 세상과 작별했지만 여러 위기를 복합적으로 맞이하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경제를 조망해보면 재계 원로로서의 지혜와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효성 마포 본사서 임직원들이 배웅…전경련회관 등 거쳐 경기 선영 안장아들 조현준 "남기신 가르침 깊이 새겨 사회에 보탬 되겠다"한국 화학·섬유공업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2일 엄수됐다.유족들은 이날 오전 조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됐던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 예배를 마친 뒤 고인이 1966년부터 몸담은 효성그룹의 마포구 본사로 이동했다.손주들이 영정과 위패, 고인이 생전 받은 각종 훈장 등을 들고 앞장선 가운데 부인 송광자 여사와 아들 조현준 효성 회장·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고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고, 발인 예배를 집전한 이원재 남산교회 목사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축복하는 기도를 하자 부인 송 여사는 관에 손을 얹고 한동안 오열하기도 했다.장례식장을 출발한 운구차는 오전 7시 45분께 효성 본사에 도착했다.정문 앞에 도열한 일부 임원들이 그룹을 세계적 섬유·화학기업으로 이끈 고인의 마지막을 맞이했다.이어 오전 8시부터 지하 강당에서 영결식이 개최됐다.영결식에는 유족과 명예장례위원장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 장례위원장인 이상운 효성 부회장을 비롯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서석승 한일경제협회 상근부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과 효성 임직원 등 300명이 참석했다.상주인 조현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버지께서는 평생 효성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분이었다.자신보다는 회사를 우선하고, 회사에 앞서 나라를 생각하셨다"고 말했다.그는 "오늘의 효성은 아버지의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과 절대 포기하지 않는 강철 같은 의지력, 그리고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세계 1등에 대한 무서울 만큼 강한 집념의 결정체"라며 "아버지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겨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재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이상운 부회장은 "사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로 세밀한 부분까지 예리하게 살피시던 모습, 회사를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킨 리더십, 위기를 헤쳐 나가시던 과감함까지 여러 면에서 존경스러운 분이었다"며 "욕을 먹더라도 우리 기업, 국가 경제를 위해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던 강직한 모습이 그립다"고 했다.영결식 후 운구차는 임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본사를 떠났다.이어 조 명예회장이 생전 회장과 부회장 등을 맡으며 오랜 기간 몸담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의 여의도 회관과 서초구 효성 반포빌딩을 거친 뒤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후 경기도에 있는 효성가(家) 선영에서 안장식을 끝으로 장례 절차를 마무리한다.1935년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난 조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해외 유학길에 올라 공학도의 길을 걷다 1966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귀국해 기업인으로 진로를 바꿨다.1982년 효성중공업 회장으로 취임해 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져 온 그는 기술과 품질을 최우선시하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려놓으며 효성을 대표 수출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해외 유학 경험으로 일본어와 영어에 능했고 국제관계에도 밝았던 그는 한미재계회의, 한일경제협회장 등을 이끌며 한국과 해외 기업 간 가교 역할을 주도했고 민간외교에도 앞장섰다.2007∼2011년 전경련 회장을 맡아 정부에 기업 입장을 대변하며 재계의 '얼굴'로도 적극 활동했다.2017년 고령과 건강상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최근 건강이 악화해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지난달 29일 별세했다.5일장으로 치러진 장례 기간 빈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기업인과 이명박 전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 등 각계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연합뉴스
효성그룹이 3월 29일 별세한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마포구 효성 마포본사에서 열렸다고 밝혔다.영결식에는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 등 유족과 이홍구 명예장례위원장(전 국무총리), 이상운 장례위원장(부회장)을 비롯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서석숭 한일경제협회 상근부회장, 효성 임직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영결식에서 조 회장이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했다. 조 회장은 "오늘의 효성은 아버지의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과 절대 포기하지 않는 강철 같은 의지력, 그리고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세계1등에 대한 무서울 만큼 강한 집념의 결정체"라고 밝혔다.조 회장은 “저희 가족은 아버지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겨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재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하시던 효성을 더욱 단단하고 튼튼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