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극우 정당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23일(현지 시각) 헤이그 의회에서 당원들과 만나 총선 압승을 자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네덜란드 극우 정당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23일(현지 시각) 헤이그 의회에서 당원들과 만나 총선 압승을 자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네덜란드 우파 자유당이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자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반색하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남미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파 정치인 하비에르 밀레이(53)가 대통령에 당선된 데 이어, 22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헤이르트 빌더르스(60)가 이끄는 극우 성향 자유당이 압승을 거뒀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미국 우선주의 구호를 내건 것처럼, 네덜란드의 빌더르스 대표도 이번 총선에서 네덜란드인들에게 나라를 돌려주겠다고 공언하며 반이민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네덜란드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이른바 '넥시트'(Nexit)도 주장해왔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대역전극을 쓰며 파란을 일으킨 밀레이도 장기 매매 허용과 같은 과격한 공약과 언행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었다.

세계적으로 우파 성향의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자 미국 보수층 사이에선 한껏 고무된 분위기가 보이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3일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네덜란드에서 22일 치러진 총선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과 며칠 사이 남미와 유럽에서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은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잇따라 승리하자 내년 미국 대선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자축하고 있는 것이다.
EndWokeness 엑스 계정 화면 캡처
EndWokeness 엑스 계정 화면 캡처
몇몇 유명 인사들도 자축 분위기에 합류한 모습이다.

194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보수 성향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 '엔드 워크니스'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빌더르스가 네덜란드 의회에서 무려 37석을 차지했다. 지난 20년 넘게 이 정도의 승리를 거둔 정당은 없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빌더르스는 네덜란드를 EU에서 탈퇴시키길 원하며 '난민 제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이것은 많은 도미노 중 첫 번째 도미노에 불과하다(연쇄적 현상의 시작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그렇다(yes)"고 동조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 계정은 앞서 말레이의 대선 승리에 대해서도 "역사가 만들어졌다"며 환호했다.

보수 단체 '오늘은 미국이다'의 벤 겔러도 뉴스위크에 "극우 성향 해외 인사들의 잇따른 선거 승리가 미국의 많은 보수주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며 "사회주의 통치로 보이는 것에서 추(pendulum)가 멀어지는 것을 보는 건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둘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기자들에게 네덜란드 총선 결과와 관련해 질문을 받자 "나는 이번 선거(미국 대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