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치러진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반(反)이민 및 반이슬람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 자유당(PVV)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르헨티나 대선에 이어 네덜란드까지 세계 곳곳에서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번 총선으로 네덜란드에선 ‘넥시트’(NEXIT: 네덜란드의 유럽연합 탈퇴) 현실화 등 정치적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자유당, 집권당보다 10석 이상 많아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헤이그의 작은 술집에서 열린 승리 축하연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헤이그의 작은 술집에서 열린 승리 축하연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선거 개표가 99.3% 마무리된 시점에 자유당은 득표율 23.5%로, 전체 하원 150석 가운데 37석을 확보해 1위에 올랐다. 2021년 총선에서 자유당이 얻은 의석수(17석)의 2배가 넘는다. 2위인 좌파 성향의 녹색당·노동당 연합(GL-PvdA)은 득표율 15.5%로 25석을 차지했다. 현 연립정부의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은 24석(15.1%)을 얻는 데 그쳤다. 직전 네 차례 총선에서 부동의 1위로 연정 구성을 주도한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으로선 13년 만의 충격패다. 네덜란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자체별, 선거구별 결과를 확인한 뒤 다음달 1일 공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이 예상된 자유당은 강력한 반이슬람 정책과 망명 허용 중단을 주장하는 극우파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60)는 22일 “망명과 이민의 쓰나미를 종식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인물이다. 공개석상에서 모로코인을 “쓰레기”라고 칭하고, 무슬림을 추방하자고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반이슬람 성향을 드러냈다. 또한 반유럽연합(EU), 친러 성향이 강하다.

○‘반(反)이민정책·넥시트’ 현실화 주목

네덜란드도 극우 집권…'넥시트' 현실화되나
네덜란드에서 자유당의 돌풍은 선거 직전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4위권에 머물던 자유당은 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20일 여론조사에서 집권 자유민주당과 처음으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자유당은 선거운동에서 “네덜란드 경제가 망명 쓰나미와 대량 이민으로 인해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는 친이민 정책과 높은 개방성으로 유럽 부국이 됐지만, 최근 극심한 주거난 속에서 망명 신청자가 급증하며 반이민 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도 반이민 정책에 대한 갈등으로 지난 7월 연정이 붕괴하면서 조기에 치러졌다. 13년간 재임한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 뤼터는 조기 총선 이후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유당은 네덜란드의 EU 탈퇴에 관한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해왔다. 영국은 2020년 국민투표로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공식화했다. 빌더르스가 차기 네덜란드 총리가 돼 넥시트를 추진할 경우 유럽 국가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총리 선출 및 새 연정 구성에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네덜란드에선 통상 총선 1위를 차지한 정당 대표가 총리 후보자로 추천되고, 다당제 특성상 하원에서 최소 과반을 확보하려면 연정 구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집권 자유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이 자유당과 연정 구성 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선 반이민 정서가 선거의 핵심 변수로 부상해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다. 작년 이탈리아에선 100년 만에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승리했다. 멜로니 총리는 집권 1년을 맞은 이달, 지지율 1위(소속 정당 기준)를 지속하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스위스 등의 선거에서도 우파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