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첫날인 어제 코스피(5.66%)와 코스닥(7.34%) 지수가 동반 폭등세를 보였다. 특히 그동안 공매도에 시달렸던 2차전지주가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하며 ‘불장’을 연출했다. 총선을 앞두고 나온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금지 카드도 느닷없지만, 시행하자마자 일부 종목이 과열 기미를 보이면서 ‘폭탄 돌리기’가 재개되는 듯한 모습이 우려를 키운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가야 수익을 낼 수 있어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개인투자자에 비해 기관의 담보 비율이 적은 데다 상환 기한에 제한도 없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를 받았다.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기관·외국인 비중은 98%, 개인은 2%에 불과하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까지 적발되면서 폐지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주가의 거품을 빼고 변동성을 줄여 오히려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올해 주가조작 의혹으로 하한가를 맞은 15개 종목 중 12개가 공매도 금지 종목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시행 이후 시장의 가격 효율성은 저하됐고 변동성은 증가했으며 거래는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공매도의 순기능이 사라진 상황에서 증시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터져 나올 수 있어 걱정이다. 지난달 말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16조9704억원으로 한 달 전(19조7028억원)과 비교해 13.8% 감소했다. 증시 하락세가 가팔라진 데다 잇따른 주가조작 사태로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증거금률을 올리고, 신용거래 제한 종목을 늘리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선 덕택이다. 그런데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를 계기로 빚투와 테마주 중심의 묻지마 투자가 다시 불붙으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의 시장 감시와 금융투자회사의 신용융자 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하면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외국인 이탈을 불러 시장은 물론 개미투자자 피해도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약속대로 공매도 전산화 도입, 상환 기간 및 비율 조정,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방안을 서둘러 금지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