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 8일 오후 2시 42분

행동주의 펀드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이 출발부터 체면을 구겼다. 첫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으로 현대엘리베이터를 겨냥했지만 주주들의 호응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체면 구긴 KCGI운용
8일 현대엘리베이터 종가는 4만1900원으로 지난달 23일 4만9300원에서 약 15% 하락했다. 이 회사 주가는 KCGI운용이 공개서한을 통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임을 촉구하기 직전 이틀 동안 15% 올랐다. 정작 주주행동주의를 개시한 뒤 회사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원위치로 돌아왔다. 통상 캠페인이 시작되면 주주가치 제고 기대로 주가가 오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업계에선 KCGI운용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다소 서투르다고 지적한다. KCGI운용이 제안한 기업가치 개선책도 부실하다는 평가다. 대부분 2020년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가 현 경영진과 소송을 벌일 당시 제기한 내용을 되풀이한 것이다.

주주 제안 타이밍도 좋지 못했다. 현 회장은 지난 3월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 측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최종 패소해 대규모 배상금을 마련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적기를 그대로 흘려보냈다는 지적이다. 현 회장과 수년간 분쟁을 벌여온 쉰들러 측과의 협력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KCGI운용이 내놓을 추가 주주 제안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을 움직일 방안을 제안하지 못하면 향후 다른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