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K 셔틀콕
한국 배드민턴 선수로 가장 먼저 카퍼레이드를 한 사람은 황선애다. 1981년 세계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고서다. 한국체대 1학년, 19세 때다. 그러나 그 우승은 불운의 시작이기도 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결승전 출전을 강행해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나, 결국 20대 중반에 은퇴하고 말았다.

황선애의 우승은 약수터 생활체육이던 배드민턴을 엘리트 스포츠로 격상하는 기폭제가 됐다. 올림픽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남자 복식(박주봉-김문수)과 여자 복식(황혜영-정소영) 금메달을 휩쓸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선 방수현이란 스타를 낳았다. 한국 배드민턴의 유일한 올림픽 단식 금메달이다. 이때 혼합 복식 결승전에서 맞붙은 김동문-길영아 조와 박주봉-라경민 조는 후일 풍성한 스토리를 낳았다.

우승은 김-길 조가 했는데, 이듬해 박주봉과 길영아가 은퇴하면서 김동문-라경민이 조를 이뤄 세계 배드민턴 혼합 복식 사상 전무후무한 국제대회 14회 연속 우승과 70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두 사람은 부부로 ‘영원한 파트너’가 됐고, 현재는 모두 대학교수로 있다. 세계배드민턴연맹 명예의전당에 오른 첫 한국 선수인 박주봉은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 길영아는 국내 최강 삼성생명 감독을 맡고 있다. 길영아의 아들로 같은 소속팀 선수인 김원호는 국가대표 복식 유망주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복식 우승으로 김동문은 올림픽 2관왕이 됐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혼합 복식 정상에 오른 꽃미남 이용대는 윙크 세리머니로 ‘국민 남동생’이 됐다.

2010년대 이후 시들하던 우리 배드민턴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 중심에는 세계선수권대회 46년 만에 한국 선수로 첫 단식 우승을 한 안세영(21)이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그는 올해 13개 국제대회에 참가해 8차례나 우승했다. 복싱 선수 아버지, 체조 선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스포츠 DNA에 하체 근력을 위해 체육관 한쪽에 모래판 코트를 만들어 놓고 훈련할 정도로 열정파다. 다음달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K셔틀콕의 금빛 스매싱을 기대해 본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